금융 환율

1350원 넘어선 환율... 당국, 반전카드 없다 [파월 매파 발언 '충격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9 18:22

수정 2022.08.29 18:22

금융시장 파월 쇼크
강달러에 전세계 통화가치 추락
외환당국 잇단 구두개입 힘못써
한은은 시장에 맡긴다는 입장
이대로면 1400원 돌파 시간문제
코스피·코스닥 동반하락. 금융시장이 '파월 쇼크'에 요동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밝힌 '큰 폭의 금리인상' 발언 후폭풍이다. 29일 원·달러 환율은 13년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했다. 코스피·코스닥은 모두 2% 넘게 급락했다. 코스피는 2426.89에, 코스닥 지수는 779.89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코스피·코스닥 동반하락. 금융시장이 '파월 쇼크'에 요동쳤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밝힌 '큰 폭의 금리인상' 발언 후폭풍이다. 29일 원·달러 환율은 13년4개월 만에 1350원을 돌파했다. 코스피·코스닥은 모두 2% 넘게 급락했다. 코스피는 2426.89에, 코스닥 지수는 779.89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1350원 넘어선 환율... 당국, 반전카드 없다 [파월 매파 발언 '충격파']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돌파하며 13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 움직임에 '강 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화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환율 상단을 14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환율방어보다는 외환보유액의 안정적 운영을 더 중시하고 있고 여기에 무역수지까지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탓에 원·달러 환율을 반전시킬 카드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원화가치가 구조적 약세 상황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350원을 훌쩍 넘으며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13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지난 23일 기록한 연고점 1346원대를 4거래일 만에 경신한 수치다.

환율급등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매파적 발언의 여진이 지속되면서 코스피도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54.14p(-2.18%) 하락한 2426.89에 마감했고, 코스닥은 전날 대비 22.56p(-2.81%) 하락한 779.89를 기록했다. 환율급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외환당국도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수출입은행에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긴급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글로벌 고물가 및 통화긴축 기조 지속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높은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해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로 '킹달러' 시대가 도래한 만큼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p 금리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강달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달러인덱스는 109 선을 넘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29일 오전 2시30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0.46% 오른 109.30 선에서 등락 중이다.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약세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달러 강세와 함께 전 세계 국가의 환율이 같이 절하되는 등 단기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이에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기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가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과도한 금리격차는 이상적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환율이 움직이도록 허용해야 하고, 원화절하의 간접적 영향을 통해 우리의 인플레이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원·달러 환율에 대해 구두개입에 그치고 환율 움직임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매파 기조가 확인돼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를 꺾을 수 있는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반면 유로화의 추가 약세 흐름은 강화될 수 있어 달러화 가치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불안한 대외여건을 고려할 때 1400원 돌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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