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목조건축물의 단청, 괘불, 사찰 벽화 등에 녹색안료로 자주 사용된 인공 무기안료 ‘동록(銅綠)’을 전통 제법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전통 단청, 괘불, 사찰 벽화, 조선시대 초상화 등 다양한 채색 문화유산에 높은 비중으로 두루 사용되어 온 하엽 색상의 안료인 동록의 물질을 정의하고 그 특성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단절된 동록 제조기술까지 확보함으로써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30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전통 인공 무기안료에는 녹색을 표현하는 동록, 청색을 표현하는 회청, 황색을 표현하는 밀타승, 적색을 표현하는 연단, 백색을 표현하는 연백이 있는데, 이중 동록은 물질과 제법이 단절되고 문헌이나 역사적 자료도 많지 않아 그동안 복원이 어려웠다.
동록은 천연 또는 인공적으로 구리가 산화되어 만들어진 녹색안료인데, 전통적으로도 구리 및 구리합금을 인공적으로 부식시킨 후 분말 형태로 제조해서 사용했다.
연잎처럼 짙은 녹색을 띠어 ‘하엽(연꽃의 잎)’으로도 불리며,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주로 천연 광물인 녹염동광 또는 인공 화합물인 염화동으로 식별되는 터라 천연 안료인지 인공 합성안료인지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이후 국립문화재연구원은 한·중·일 고문헌을 연구해 동록의 명칭과 제조 방법을 찾아내 동록을 재현하고, 재료가 가진 고유의 성질을 밝혀냈다.
고문헌 조사 결과 확인된 동록의 제법은 동기(구리나 구리합금으로 만든 그릇이나 물건)를 초(醋)로 부식시켜 만드는 산부식법이 대부분이었다. 이외에 동기를 가루로 만들어 광명염(光明鹽)과 뇨사(硇砂)로 부식시켜 만드는 염부식법도 일부 있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지난 4년간 동록 안료의 전통 제법을 재현하기 위해 산부식법과 염부식법을 순차적으로 시도하였다. 재현 연구는 고문헌과 고단청 조사를 바탕으로 한 재현 재료와 기준 탐색, 재현실험 및 재현조건 확보, 재현 안료 특성 분석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순수한 구리 및 구리합금 5종의 분말을 원료로 하여 염부식법으로 재현한 동록 안료가 실제 문화재 속 고(古)단청의 하엽 색상과 성분이 동일하고 입자 형태도 가장 유사한 것을 최종 확인했다. 내후성 시험 결과, 열화 후 색상이 문화재 고단청에서 관찰되는 색상과 유사하게 나타나 신뢰성 높게 안료가 복원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동록 안료의 제법 재현 연구를 정리하여 관련 학계에 발표하고 제조기술 특허출원과 기술이전, 종합보고서 발간 등 단계적으로 자세한 연구 성과를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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