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글로벌 원조의 지형변화와 韓의 역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30 10:24

수정 2022.08.30 11:09

[파이낸셜뉴스]
손혁상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
손혁상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이사장

최근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국가간 분쟁으로 야기된 난민 폭증과 세계경제의 위축 등으로 인해 전례없는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와 더불어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 및 경제사회 발전을 지향하고자 2015년 UN총회에서 결의했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달성 가능성도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속에서 개발협력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의 원조공여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들이 주도하던 국제개발협력 지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반증의 예이다. 기존의 미국, 영국, 일본 등과 같은 전통적인 공여국 뿐 아니라 원조를 받는 수원국이면서 동시에 개도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새로운 공여국들이 부상하고 있다. 신흥공여국으로서는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태국, 카자흐스탄, 이집트, 아제르바이잔 등과 같은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튀르키예는 시리아 난민 지원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국가의 하나로서 원조 총액규모로 세계 10위권의 공여국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G20 회원국이자 아세안(ASEAN) 보건장관회의 의장국으로서 아세안 코로나19 대응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전통적인 아세안 핵심 국가인 태국은 메콩(Mekong)강 인근의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은 지난 2014년 중앙아시아국가로서는 최초로 ODA법률을 제정하고 2020년에는 자체 원조기관인 KazAID를 설립했다.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DAC 회원국으로서 전통적인 유럽, 북미 공여국들과 함께 원조 담론의 현대화에 활발하게 기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독특한 한국의 발전경험과 개도국 협력경험에 대해 여러 신흥공여국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인도주의 위기와 개발협력 수요의 폭증 상황하에서 우리 신정부도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의 국정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ODA 규모 확대’, ‘전략적 ODA 추진 및 국제사회 협력강화’ 등을 통한 선진국형 개발협력을 추진코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흥공여국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한국의 개발도상국 원조 경험을 공유하고, 개도국의 현장에 기반한 실제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의 개발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한국은 고유의 발전사적 특징을 바탕으로 이들 국가들이 전통공여국의 원조 방식에 한정되지 않되 글로벌 규범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전통 공여국과 신흥 공여국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KOICA)는 이전부터 신흥공여국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태국, 튀르키예와는 2014년 MOU체결 이후 공동연수 등 삼각협력 사업들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최근 자체 원조기관(KazAID)을 설립한 카자흐스탄과도 2021년 11월 MOU를 체결해 우리의 원조경험을 전수하고 양국간 실질적인 개발협력분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및 신흥공여국과의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 시기에 코이카는 외교부와 함께 9월 1일 ‘글로벌 개발 파트너십을 위한 지평 확대’를 주제로, ‘제15회 서울 ODA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서울ODA국제회의’는 정부·민간·학계 등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다양한 주체가 모여 지식을 공유하고, 개발협력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국내 최대의 ODA 글로벌 포럼이다.
이번 회의에는 OECD, UN, 미국 등 국제기구 및 전통 공여국과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태국, 카자흐스탄 등의 신흥공여국이 함께 참여한다. 이를 통해 모두가 글로벌 원조의 지형변화속에서 한국의 개발협력 경험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파트너십을 논의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러한 개발협력 담론 형성과 지식공유 활동을 통한 신흥공여국들과의 파트너십 확대는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일 뿐 아니라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또 하나의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손혁상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