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뉴스1) 양희문 기자 = “오는 손님들마다 가격 보고 놀랍니다. 팔리지가 않아요.”
추석 대목을 앞둔 이맘때면 화색이 돌아야 할 전통시장 상인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기록적 집중호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30일 낮 12시께 경기 구리시 전통시장. 추석 대목을 앞뒀지만 시장 골목은 휑했다.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상인들은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붙잡기 위해 연신 “떨이”를 외쳤지만, 대부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물건을 보던 손님들도 가격을 들으면 깜짝 놀라 발길을 돌렸다.
오랜 경력의 베테랑 상인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30년째 채소장사를 해온 최양숙씨(77)는 이날 오전 10씨께 개점했지만, 6000원짜리 시금치 두 단을 판 게 전부였다. 최씨는 “명절을 앞두고 이렇게 손님이 없던 적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곳 상인들은 예년 같지 않은 명절 분위기의 원인이 ‘물가 급등’이라고 꼽았다. 최근 집중호우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으면서 추석 물가가 크게 올라 가격 부담을 느낀 손님들이 시장 방문 자체를 꺼린다는 것이다.
최씨는 “작년 추석 때 상추 1근당 3000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6000원에 판다. 두 배나 올랐다”며 “가게를 찾는 10명 중 4명은 가격을 듣고 그냥 간다. 고물가 때문에 올해 대목은 틀린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15년 경력의 과일장수 A씨(62)도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2000~3000원 정도 올랐는데 손님들 입장에선 부담이다. 맞춘 예산으로 상을 차려야 하는데 1000원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게 소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대목 때는 물량이 없어서 못 팔아야 하는 게 정상인데 올해는 재고만 안 남으면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실제 상인들 말처럼 물가는 급등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경우 4인 기준 27만7940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6만1270원)보다 6.4% 높은 수준이다.
특히 채소류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는데, 시금치 한 단(400g)의 가격은 23.1% 오른 7080원, 애호박은 24.6% 상승한 2580원, 파 한 단은 12.8% 올라 273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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