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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새 정부 첫 예산 긴축 각오 충분한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30 18:35

수정 2022.08.30 18:35

30일 국무회의에서 확정
재정적자, 선심예산 여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9조원 규모의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이 30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올해 본예산 대비 5.2% 늘었지만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지출(679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6% 줄어든 수치다. 새해 본예산이 전년 총지출보다 감소한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다. 본예산 5%대 증가율도 2017년(3.7%)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긴축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전환은 수도 없이 언급됐던 터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국정과제에 해당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회견에서도 "재정을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하겠다"며 긴축 방침을 다시 강조했다. 정부가 못이 박히도록 건전재정 계획을 밝혔던 것은 지난 5년간의 무차별 재정 퍼붓기로 나라 곳간이 말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600조원대에 머물던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5년을 지나면서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연평균 8.7%에 달하는 재정 확장으로 나랏빚이 눈덩이가 된 것이다. 올해 말 국가채무는 1068조원까지 불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년 새 37%에서 50%대로 뛰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감안해도 과도한 재정지출이었다. 선거철과 맞물린 10차례 추경이 나라 곳간을 축낸 것은 물론이다. 생색내기 현금성 복지예산도 마찬가지다.

윤 정부의 재정둑 다시 세우기는 선택이 아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24조원 상당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무원 보수는 4급 서기관 이상은 동결하고, 장차관급은 10%를 반납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노력에도 재정수지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한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보다 크게 줄어든다 해도 58조원에 이른다.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증가 속도가 둔화될 뿐 49.8%로 여전히 높다. 건전재정의 행로가 쉽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반지하·쪽방 거주자 등 취약계층을 국가가 두텁게 챙길 필요가 있다. 윤 정부가 강조한 '약자와의 동행' 의지도 존중돼야 한다. 그렇지만 내년 130만원으로 늘어나는 병장 월급이나 월 70만원 부모급여가 시급한 예산이라 할 만한가. 정부의 상황 인식은 좀 더 절박해야 한다. 구조조정 의지가 여전히 충분치 않다.

세계 경제는 지금 혹독한 시련의 초입에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지난주 강도 높은 잭슨홀 매파(긴축 선호) 발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쑥대밭이 됐다. 증시는 폭격을 맞은 듯 추락했고, 외환시장엔 20년 만의 강달러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대외요인에 취약한 우리 경제는 온통 먹구름이다. 고환율, 고금리에 기업도 불안하다. 정부는 세수확충도 걱정해야 한다. 내년 국세수입 증가율은 겨우 1%대로 예상된다.
기업 생산성을 높여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지속적 공공개혁으로 구조조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국회도 힘을 보태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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