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 1.7%로 결정되면서, 젊은층 공무원들이 상복을 입고 영정피켓을 들었다. 청년 공무원 세대에게 '그냥 죽어라'는 사형선고와 같다는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정권 퇴진 투쟁이라도 전개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하위직 공무원보수가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도록 설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년 9급 1호봉 171만원…"그냥 죽으라는 사형선고"
이날 회견에서는 특히 MZ세대 공무원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20·30세대 청년 조합원들은 굴건제복을 입고, 청년 공무원들의 처지를 표현한 문구가 적힌 영정 피켓을 든 채 '청년 공무원 노동자들의 청춘 장례식'을 진행했다.
정부는 전날 '2023년 예산안'을 통해 5급 이하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한다고 밝혔다. 4급 이상 공무원 보수는 '동결'하고, 장차관급 이상은 10%의 보수를 반납한다. 예산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설명이다.
김재현 전국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업무, 각종 쏟아지는 업무로 청년공무원이 작년 한 해 1만명이 사표를 냈고, 청년공무원의 자살, 과로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쏟아지는 업무에 죽어라 일한 우리는 다시 최저임금 200여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돈으로 어떻게 먹고살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집도 사라는 것입니까"라며 "우리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당은 왜 빼?" 곱지않은 시선도
이는 수당을 제외한 기본급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각종 수당 등을 합치면 이보다 훨씬 큰 금액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일각에서는 공무원이 기본급은 적어도 수당을 많이 받지 않느냐는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보수의 20∼30%가 제세공과금으로 공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공무원 평균 보수가 높다는 착시현상 때문에 하위직 공무원의 낮은 보수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박태우 시군구연맹 청년위원장은 이날 "주변에서 '젊은 나이에 공무원이라 좋겠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뭐가 좋은지 솔직히 모르겠다"며 "업무는 늘어가는데, 일할 사람은 줄고, 월급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연금도 이리저리 토막 날대로 토막이 나서 기대도 없다"며 "이렇게 이야기하면, 당장에 돌아오는 소리는 그래도 '공무원이니깐 좋잖아'인데, 그러면 나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생활에 힘들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 "최저임금 미달 않도록 할 것"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는 하위직 공무원보수가 최저임금보다 적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기재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향후 공무원보수규정 개정 등 세부적인 제도 설계 과정에서 중하위직 공무원 보수가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도록 적극 조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노조는 임금 7.4%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대출금리 인상으로 갚아야 할 빚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결국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하위직 공무원 보수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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