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S 제소 많은 나라 중 하나
'아시아의 아르헨티나' 오명도
법조계 "특유의 관치문화 약점
글로벌 스탠더드 맞춰야" 지적
우리 정부가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에서 일부 패소로 당초 예상보다는 선전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여러 건의 ISDS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ISDS 소송은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번처럼 일부 패소에서 3000억원 가까이 배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나라가 ISDS 제소를 많이 당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의 아르헨티나' 오명도
법조계 "특유의 관치문화 약점
글로벌 스탠더드 맞춰야" 지적
8월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는 총 10건이다. 이 중 이번 론스타 사건을 포함, 4건은 종료됐다. 현재 △엘리엇 △메이슨 △쉰들러 △중국 투자자 △부산 재개발 투자자 △다야니 가문 등 6건은 진행 중이다.
우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2건의 ISDS가 있다. 2018년 7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달러(약 1조378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삼성물산 주주였던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서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정부를 상대로 ISDS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헤지펀드인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 역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억달러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 홀딩 아게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1억9000만달러 규모의 ISDS 소송을 진행 중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제기한 ISDS도 있다. 지난 2020년 7월 한 중국인 투자자는 국내에서 수천억원대의 대출을 받은 후 이를 갚지 않아 담보를 상실한 뒤 우리 정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1억5000만달러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란 다야니 가문이 한국 정부의 배상금 지급 지연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정부 상대 두 번째 ISDS 소송을 걸었다.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청구금액 중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정부는 대이란 제재 및 금융거래 제한으로 배상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ISDS를 제기하려는 측은 통상적으로 중재 제기에 앞서 상대 정부에 협상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서면통보인 '중재의향서'를 보낸다. 현재 우리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낸 뒤 정식 중재 제기를 하지 않은 사건은 총 7건이다.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과거 1990년대 아르헨티나가 ISDS 제소를 가장 많이 당했다"며 "우리나라는 최근 ISDS 제소를 많이 당해 아시아의 아르헨티나로 불린다"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관치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라며 "외국 시각에서는 우리와 같은 정책 기조(관치)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춰야 제소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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