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녹용에 홍삼까지 다 올랐네"…고물가·고환율 여파 '추석선물 어쩌나'

뉴스1

입력 2022.09.01 05:45

수정 2022.09.01 08:30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약령시장의 한 판매상에 감초, 갈근, 도라지 등이 놓여있다. ⓒ News1 김성식 수습기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약령시장의 한 판매상에 감초, 갈근, 도라지 등이 놓여있다. ⓒ News1 김성식 수습기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약령시장 전경. ⓒ News1 김성식 수습기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약령시장 전경. ⓒ News1 김성식 수습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김성식 기자 =
#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계피는 30%, 구기자와 백자는 50% 넘게 올랐습니다. 고물가 여파로 인건비도 올라서 지난해보다 안 오른 게 없어요. 약재도 일종의 농산물이기 때문에 하나 오르면 덩달아 다 올라요"(60대 약재 판매상 정모씨)

# "지난 설날이랑 가격은 똑같은데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사야 할지 고민이에요. 지난번에는 750g 풍기인삼을 7만원 주고 샀는데, 똑같은 걸 사려면 이번에는 3만원을 더 줘야 하네요. 부담없이 왔는데 빈손으로 가게 생겼네요"(30대 주부 이모씨)

인건비 상승에 환율 급등까지 겹치면서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수입하는 한약재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석 대표선물인 홍삼, 녹용 등 건강식품의 가격이 널뛰고 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향후 몇년간 '러시아산 녹용' 자체를 구할 수 없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산 '녹용'은 전쟁 여파로 품절대란…"명절 선물 '홍삼 세트' 부담되네"


31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약령시장에는 인삼, 녹용, 감초, 구기자, 도라지 등을 사러 온 소매업자, 주부들로 붐볐다.
그러나 추석선물을 구입하러 온 소비자들이나 물건을 파는 상인들 모두 명절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는 게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날 약령시장을 찾은 직장인 김모씨(2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더 많았던 지난해 명절에 오히려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보다 손님들이 적어서 놀랐다"며 "추석 명절 선물로 영양제와 함께 인삼 세트를 선물하려고 출근 전 잠시 들렀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몇 개 사질 못했다"고 말했다.

시부모님께 명절 선물로 드릴 러시아산 녹용을 구매하러 온 주부 배모씨(44·여)는 이날 약령시장을 한참 둘러보다 결국 발길을 돌렸다.

배씨는 "2년 만에 시댁 방문이라 특산품인 러시아산 녹용을 선물해드리려고 했는데, 작년보다 가격이 20% 넘게 뛰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는 수입이 막혔다고 하더라. 남아 있는 물량도 한참 전에 들어온 제품인데 너무 비싼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때문에 인삼, 홍삼 등 고가품 대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티백 세트, 환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대다수는 녹용 쌍화차, 홍삼 천마차, 보리 새싹환 등 1만~2만원대의 추석선물을 구매하기도 했다.

◇"약재 수입 못하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도 올라"…가격 2배 오른 약재도

약령시장에서 20년간 도매업을 해온 이모씨(60)는 코로나19 이후 약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달러·원 환율이 1300원대로 폭등하면서 수입 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약재는 중국, 인도, 베트남, 미얀마 등을 통해서 많이 들어오는데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봉쇄를 하면서, 아예 판매하지 못하는 약재도 있다"며 "물량부족으로 인해 '금은화'는 지난해 대비 가격이 80%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량이 부족하면 국내에서 약초재배를 하는 자영업자에게 구매를 하면 되는데, 물가상승으로 지난해보다 2배나 돈을 더 줘야 해 가격이 맞지 않는다"며 "인건비, 유류비, 식비 그 어느 하나 안 오른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20년 넘게 약령시장을 지켰다는 윤모씨(63)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과거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끔 시장에 와서 약재를 사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도 거의 오지 않는다"며 "축제도 하지 않으니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약재는 보관하기도 까다롭고, 오래 보관하면 곰팡이가 핀다. 사실 가격이 더 뛰어야 하는데 오래 보관하지 못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팔고 있는 것"이라며 "인삼은 다른 농산물과 달리 눈으로 직접 보고 사야 하는데, 폭염, 집중호우로 인삼상태가 좋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KGC인삼공사도 지난달 1일부터 정관장 홍상제품 600여개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11년만의 가격인상이다. 정관장 홍삼정 240g은 기존 19만8000원에서 21만1000원, 에브리타임은 9만60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각각 6.6%, 6.3% 올랐다. 홍이장군·아이패스 등은 3%, 뿌리삼·달임액 등은 7% 뛰어올랐다.

이날 한국인삼협회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수삼(말리지 않은 인삼) 10뿌리 가격은 3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2만9000원에 비해 10%가량 올랐다.
비료값과 인건비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약재값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영섭 서울약령시협회 명예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안 돼 국내 약재 생산량 자체가 감소했고, 이 때문에 국내에서 재배되는 약재 값도 30% 이상 올랐다"며 "고물가, 약재 수급불안 등이 이어지면 약재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