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청년주거공급...'전전세'계약에 까다로운 LH심사로 집주인들 기피현상 심해
시세와 맞지 않는 1억2000만원 지원한도...저소득층 청년에겐 이마저도 아쉬워
[파이낸셜뉴스] "설마 LH(한국토지주택공사)대출은 아니죠?"
"다른 전세대출은 다 가능해도 LH대출은 안 돼요."
"집주인들이 싫어해요."
A씨는 "보통 LH전세대출을 끼고 방을 구하려면 부동산 10곳에서 9번의 거절을 당한다. 소개해주겠다는 한 곳도 보유 매물이 1개 정도"라며 "중개업소에서 하도 많이 거절당해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제때 전셋집을 구하지 못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LH전세대출은 청년층(대학생·취업준비생·만19~39세)의 주거비부담 완화를 위해 LH가 기존주택을 집주인과 전세계약 체결한 이후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일종의 '전전세'계약이다. 대출 지원 한도액은 수도권 기준으로 최대 1억2000만원이다.
A씨는 가격대에 맞는 매물을 찾지 못했다. 최근 몇년동안 서울 전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탓이다.
공인중개업자 B씨는 "전세금 1억2000만원은 이곳(서울 광진구 능동 일대) 3년 전 시세"라며 "최근 3~4년 사이 땅값이 많이 올라 지상층 구축을 기준으로 최소한 1억6000만원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A씨에게 보여준 옥탑방도 약 1억8000만원이었다. 그는 "추가로 6000만원을 마련하면 집주인에게 (LH전세대출을) 잘 말해보겠다"고 했다. 이마저도 LH전세대출이 가능한지 확정이 안됐다는 소리다.
A씨는 계속 망설이기만 했다. 취업준비생인 A씨에게 추가금 6000만원은 너무 큰 부담이기 때문.
A씨는 "지금 사는 집도 집주인이 전세금을 600만원 이상 올리겠다고 해 나오게 됐다"며 "이보다 10배나 큰 금액을 당장 어디서 구할 수 있겠냐"고 푸념했다.
■매물 구해도 대출은 어려워
A씨가 이날 전세방 찾기에 실패한 것은 지원한도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어렵게 조건에 맞는 집을 찾는다고 해도 집주인들이 LH전세대출을 꺼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집주인이 꺼리는 이유는 극명하다. LH의 전세심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을 해주는 LH입장에선 지원금 회수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집주인의 부채정보 등을 심사과정에서 제출해야 한다.
C 공인중개사는 "심사가 까다롭기 때문에 일반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 있다면 집주인이 굳이 LH청년전세임대를 놓을 이유가 없다"면서 "전세방에 대한 권리분석 등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과정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구두계약이 어그러지기 일쑤"라고 전했다.
그는 "심사과정이 까다로운것 이외에도 집주인 입장에선 좋을 것이 없다"면서 "기존 임차인이 나가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다면 집주인은 LH에 이자를 내야 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H전세대출 대상자가 된다고 해도 2명 중 1명은 계약까지 가지 못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H는 지난해에 저소득층 청년 2만9811명을 LH전세대출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중 실제 임대차 계약을 성공한 사례는 1만5350건에 불과하다.
A씨는 6시간을 들여 현실의 벽을 체감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다른 날 지역 일대를 돌며 전셋방을 알아볼 생각이다.
A씨는 "부모님이 지방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기 때문에 한두푼도 아닌 몇천, 몇억 단위의 전세금을 부탁할 형편이 아니다"며 "LH청년전세대출에 당첨되기 전까지는 보증금 500만원 이하에 항상 곰팡이가 피는 4~5평 남짓의 반지하 원룸에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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