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경찰서에 통신매체이용음란, 줄여서 ‘통매음’ 고소 사건 접수가 부쩍 늘어났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는 PC나 스마트폰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영상 등을 보내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통매음 접수 건수는 2019년 1437건에서 2020년 2047건으로 42% 증가하더니, 2021년엔 5067건으로 1년 만에 접수 건수가 무려 147%나 증가했다.
일선의 통매음 사건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뉜다.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에서 대화 상대방에게 성(性) 적인 내용을 보냈다가 고소되는 유형이 첫 번째, 온라인 게임 중 다른 유저와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 하필 성적인 욕설을 해서 고소되는 유형이 두 번째 유형이다. 물론 피해자가 겪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 등 정신적 고통은 결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 하지만 피해자의 고통과 가해자의 처벌 외에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기획 고소, 수사기관을 이용해 합의금 장사를 하려는 '가짜 피해자'가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처벌 조항의 존재도 모르는 미성년자나 20대 사회 초년생이 대부분의 피고소인이라는 점이 아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 개요를 보면 가해자들은 먼저 얼굴도 모르는 랜덤 채팅에서 성별을 속이기까지 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건 뒤 성적인 텍스트가 나오도록 유도한다. 여럿이 함께 하는 온라인 게임에서는 일부러 게임을 엉망으로 만드는 등 미성숙한 어린이들로부터 성적인 욕설이 나오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후 고소를 하고 1명당 합의금 수백만 원을 갈취한다. 가만히 몇 백, 여러 명이면 수천수억씩 받아본 합의금 장사꾼들이 ‘피해 아닌 피해’를 교묘히 유발해 아직도 수십, 수백 건씩 기획 고소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어린 피고소인들은 본인들의 행위가 처벌이 되는 줄도 몰랐다가 수사를 받고 성폭력처벌법 전과자가 되거나, 수백만원씩 주고 합의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회에서 이 통매음 조항의 문제점이 논의돼 법 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처벌 조항을 존치한다면 최소한 통신매체의 운영 기업에도 그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
지금은 자율주행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드론이 날아다니는 시대다. 채팅이든 게임이든 통신매체 내에서 성적인 텍스트나 영상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기획 고소꾼에게 유도돼 전과자가 되는 사회 초년생의 양산과 방치는 사회적인 문제다. 국회와 각 정부 부처, 기업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특히 자녀가 있는 국민들은 이런 내용을 자녀들에게 잘 교육해 주길 당부한다.
부산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경감 김병호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