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화장품 사업 투자를 빙자해 다단계 방식으로 1조20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화장품 회사 아쉬세븐의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함께 기소된 임원·본부장과 회장 엄모씨(58) 사이 사건 책임에 대한 남탓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한기수·남우현 부장판사)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회장 엄모씨(58)와 아쉬세븐 임원·본부장 12명 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본부장 측 변호인 중 일부는 이날 "오로지 본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엄한 처벌을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일부 본부장들은 사건의 마지막에 본부장이 돼 이름만 본부장으로 불렸을 뿐이지, 한 일이 없는데 본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모관계가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엄씨와 그의 가족들이 범죄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면서 "원심 판결에서 순차적 공모관계를 들고 있지만, (2심에서) 이런 공모관계에 대해 판단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엄씨는 "저에게 본부장들이 모두 기만 당했다고, 정말 몰랐다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아니다"며 "자꾸 본부장들은 저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증거물 중심으로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30대 피해자 A씨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걸 보니 속이 터진다"며 "이젠 원금의 반토막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앞서 엄모 회장과 임원들은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화장품 사업에 투자하면 매월 투자금의 5% 수익금을 지급하고 5개월 뒤 반환해주겠다고 속여 7300여명을 상대로 1조1492억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회사 사정을 이유로 원금 지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상장 예정인 아쉬세븐의 우선주를 매입하면 2배의 주식을 교부하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여 2700여명으로부터 485억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아쉬세븐 상장이 무산된 후에는 다른 회사를 통해 우회상장할 계획이라고 속여 지난해 1월 280여명으로부터 132억 가량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엄씨에게는 징역 20년을, 아쉬세븐 법인에는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쉬세븐 임원·본부장 12명은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2~1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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