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어린 자녀 두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20대 여성과 그녀의 아버지가 검찰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은 아이들 아빠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영상을 올리고 도움을 호소하면서 알려졌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달 초 아동복지법(아동 학대) 위반 혐의로 친모 A(25)씨와 그녀의 아버지 B(50대)씨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 3세·5세 두 아이를 여러 차례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이들의 친부이자 A씨의 남편인 C씨는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엄마라는 사람이 아동학대 하고 있다. 도와달라"고 글을 올렸다. C씨는 두 사람의 아동 학대 정황이 담긴 가정 내 카메라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집안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따르면 학대는 주로 3세 아이에게 집중됐다. 영상에는 A씨가 3살 아이를 이불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내던지거나, 욕설을 하고 소리 지르며 아이를 때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또 작은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지는데도 아이를 잡으려거나 달래주지 않고 큰아이에게 화를 냈다. 아이가 음식을 먹다 토하는 상황에서도 걱정은커녕 "먹지말라"며 아이를 나무라기도 했다.
외조부 B씨 역시 이불 위에 엎드려 우는 아이에게 "입 닥쳐"라고 한 뒤 큰 베개와 이불로 얼굴을 짓누르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B씨는 이후에도 우는 아이를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발로 머리를 차기도 했다.
C씨는 "직업 특성상 집에 잘 들어오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동안 아이들이 이렇게 학대당하고 있었다"고 호소했다. C씨는 아내로부터 아이들을 때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이 약속은 2주도 안 돼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말싸움을 한다든지 아내 기분을 못 맞춰준다든지 하면 아이들에게 불똥이 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선 "아이들 학대 사실을 어디 가서 창피하다고 말 못 하고 눈감아주는 게 더 창피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상은 극히 일부만 공개했다. 더욱 심하게 학대한 영상도 많다"고 분노했다.
C씨는 "아이들은 현재 친모와 분리된 상태이며 접근금지도 신청한 상태다"며 "아동복지기관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심리 치료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C씨가 추가로 제공한 영상 등을 토대로 A씨 등의 아동학대 관련 여죄 여부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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