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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페달 밟는 연준 양적긴축…"인플레보다 금융시장에 최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4 18:10

수정 2022.09.04 18:10

글로벌 자산운용사 비관적 전망
연준 月 950억弗 자산 거둬들여
시중 유동성 빠르게 줄어들면서
금융시장 충격 안전판도 사라져
금융시장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크게 우려하고 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보유자산 매각, 즉 양적축소(QT)라는 경고가 나왔다. 금리상승, 주가 하락, 채권 수익률 상승세 속에서 시장 충격 완화에 꼭 필요한 유동성을 연준이 흡수하는 바람에 충격이 최대 규모에 이를 정도로 엄청날 것이란 우려다.

■금리인상과 양적축소 동시 진행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두 차례 대규모 주식시장 붕괴 과정을 성공적으로 헤쳐온 실적을 자랑하는 영국 런던 자산운용사 러퍼가 이같은 비관 전망을 내놨다고 3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러퍼는 무엇보다 연준이 빠른 속도로 보유 채권을 매각하면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러퍼 투자책임자 알렉스 레너드는 연준의 QT가 "주식과 채권 시장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손주들에게 얘기해도 될 정도의 큰 사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관투자가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자산을 운용하는 러퍼는 위기에 빛을 발하는 자산운용사다. 강세장에서는 실적이 신통치 않지만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봉쇄 충격에서는 탁월한 성적을 보여줬다. 러퍼는 지난 10년 동안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50년만기 영국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했지만 지금은 포트폴리오의 40%를 현금과 현금성 자산으로 확보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보다는 유동성 부족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연준은 이달 채권 매각 속도를 높였다. 보유 중인 국채와 주택유동화증권(MBS) 월 매각 규모를 각각 600억달러, 35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채 매각은 그만큼 시중에서 돈을 흡수한다는 뜻이다.

러퍼만 이를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는 그 결과 금융시장이 '유동성 구멍'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식전략가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양적완화(QE)에서 QT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주가 지수가 7%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HSBC 글로벌 채권리서치 책임자 스티븐 메이저는 QT와 금융시장 간 상호작용이 너무도 복잡해 정확히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에 QT로 혼란 초래

지금은 재무장관으로 있는 재닛 옐런 연준 전 의장이 2017년에 시작한 QT도 결과는 안 좋았다. 초기에는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돌연 극도의 혼란을 불렀다. 옐런 당시 의장은 2017년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면서 그 과정이 "마치 페인트가 마르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후 2년은 그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19년 금융시스템의 핵심인 초단기 금리 시장, 오버나잇 시장에서 발작이 일어났다. 신용붕괴를 막기 위해 연준은 긴급 구제금융에 나서야 했다.

러퍼는 그러나 올해는 그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준은 팬데믹 대응을 위해 은행들과 은행 역할을 하는 금융사들만 보유하는 본원통화 규모를 대폭 늘렸다. 은행들은 이 돈을 토대로 전자결제로 움직이는 장부상 통화를 만들어낸다. 조폐당국이 발행하는 지폐와 동전을 제외한 나머지 돈은 전자 장부로만 존재한다.

2017년과 다른 점은 이렇게 풀린 본원통화 상당량을 연준이 머니마켓펀드(MMF)를 통해 재흡수했다는 것이다. MMF는 저축계좌를 대신하는 유동성 역할을 한다. 연준이 역환매협약(RRP)을 통해 시중에서 거둬들인 규모만 이미 2조20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초에는 '제로'였다.

문제는 본원통화 절대 규모가 아니라 감소에 있다.
러퍼는 본원통화가 줄어들면서 은행들의 위험선호가 위축되고, 이에따라 시중 자금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주식, 채권시장 급락세 속에 투자자들이 돈을 빼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펀드들이 자금 부족 속에 자산 매각에 속도를 높여야 할 수도 있다.
올 하반기 애널리스트들의 기업실적 전망 하향조정이 진행되고,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 속도를 늦춰줄 안전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러퍼의 경고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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