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탈출기 #06] 환율과 주식,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 사이
[파이낸셜뉴스] 요즘 같이 주식시장이 불안할 때, 그 이유 중 하나로 꼭 소환되는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고(高)환율’이죠.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우리 증시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환율은 주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 환율이 오르면 왜 내 주식은 떨어질까? 이번 시간에는 ‘환율과 주식’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환율, 넌 도대체 누구냐!
환율은 각 국가 화폐의 교환 비율, '가격(값)'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우리나라 원화와 미국 달러화의 교환 비율이고, 달러를 갖고 싶을 때 내야 하는 원화 가격이에요. 엔-달러 환율은?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화의 교환 비율이자 달러를 살 때 내야 하는 엔화 값이죠.
지난 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72.0원에 마감했죠. 원-달러 환율이 1372원이라고 하면 미국의 1달러를 우리 돈 1372원과 바꿀 수 있다는 거에요.
만약에 며칠 후 1달러를 1300원에 살 수 있다면, 환율이 내렸다고 표현합니다. 1달러를 바꾸는데 1372원이 필요했다가 1300원에 살 수 있다면, 원화의 가치는 오른 거겠죠. 그래서 원화 강세 또는 원화 평가 절상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반대로 1362.6원보다 더 많은 1400원에 1달러를 살 수 있다고 하면 환율은 올랐고, 원화 가치는 내렸다고 합니다. 원화 약세, 원화 평가 절하라고 말하죠.
그래서 내 주식이랑 무슨 상관인데?
앞서 주린기에서 주식시장에는 3대 플레이어가 있다는 점을 살펴봤었죠. 개인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
지난 8월 11일 기준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스피 시가총액(시총) 비율은 30.51%였어요. 쉽게 말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비중이 30.51%였다는 의미에요. 이 수치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고 해요.
물론 30%가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죠. 외국인 투자자들은 개인 투자자에 비해 자금 규모도 크고 대형주를 중심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각종 주식 뉴스에서 외국인이 어떤 종목을 샀는지, 거래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다루는 이유에요.
바로 이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투자에 환율이 큰 영향을 끼칩니다. 주식과 환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거죠.
환율 오르면...외국인은 "앉은 자리에서 주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원화 약세'라고 표현한다고 했었죠? 그렇다면 반대로 달러는 강세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달러의 가치(가격)가 상승한 거니까요.
달러화 대비 원화가 약하다면(저렴하다면), 달러를 팔고 한국 주식을 사는 것은 환율만 보면 "굳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반대로 달러화 대비 원화가 강세면, 외국인들은 달러 대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의 한국 주식을 사는 게 투자 전략이 될 수 있어요.
원-달러 환율이 1달러에 1000원,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이라고 예를 들어볼게요. 삼성전자 1주를 매수하기 위해선 50달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 1달러당 500원이고,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으로 그대로라는 가정을 추가해볼게요. 그러면, 삼성전자 1주를 5만원에 팔고 달러로 환전하면 100달러를 받을 수 있겠죠.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어요.
만약에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주식시장에서의 주가가 그대로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떨어지는 상황이 펼쳐지겠죠.
물론 '환율이 오른다 →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매도한다(판다)', '환율이 내린다 →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수한다(산다)'라는 등호가 딱 떨어지진 않아요. 주식시장에는 다른 요인도 작용하기 때문이죠.
환율이 오르면 주식 팔아야 할까?
종목에 따라 다릅니다. 환율에도 수혜를 받는 종목(수혜주)들이 있거든요. 환율이 오르면 자동차, 반도체, 화학 등 수출 업종이 이익을 봐요.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서 수출에 유리해지기 때문이에요.
앞서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 원화 약세라고 했었죠. 현대차가 미국에 현대 자동차를 1대당 2달러에 판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었을 때는 1대당 2000원의 수익을 얻었지만, 환율이 2000원으로 급등하면 4000원을 벌어들일 수 있게 돼요. 똑같은 자동차를 팔았는데 수익이 증가한 거죠. 환율이 오르면 우리나라 수출 기업에 유리한 이유에요.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같은 논리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종들이 이익을 봅니다. 항공, 운송주, 식음료, 식료품 관련 업종이죠.
하지만, 최근 들어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대표적인 수출 업종의 주가가 외려 하락폭이 큰 상황임을 보면 이런 일반론을 맹신하면 안 됩니다. 주식 시장에는 환율 외에 거시 경제 환경 등 여러 부분이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럼에도 환율은 투자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개념이니 꼭꼭 익혀두도록 해요!
■주식에 관심 없던 수습기자가 증권부로 발령받게 됐다. 설렘을 갖고 부서에 왔지만, 기사에는 온통 ‘주식시장이 휘청인다’고 난리다. 처음으로 월급을 받아 기쁘기만 한 주린이의 재테크 초보 벗어나기 프로젝트! 저랑 주린이 탈출하실래요?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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