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동규 박재하 임세원 기자 = "지난 8월 폭우 때 집에 가다가 대중교통이 끊겨서 근처 모텔에서 급하게 잤던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를 생각하니 저는 그냥 안전하게 집에만 있으려고요."(마포구 거주 24세 대학생)
"여자친구와 약속까지 취소할 정도로 강력한 태풍이라고 하네요. 재택 끝나면 그냥 집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보면서 안 나가려고요. 주변 사람도 다 비슷한 생각이라고 하네요."(종로구 직장인 29세 구모씨)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강타하면서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은 힌남노가 몰고 온 강한 비구름과 강풍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보됐다. 지난 8월 급작스러운 폭우로 출퇴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았던 기업과 직장인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8월 폭우 '학습효과'에 재택근무, 비대면, 임시휴일 '비상'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한국에 가장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힌남노가 6일 새벽 남부지방에 상륙, 전국에 역대급 강풍과 물폭탄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8월 폭우로 피해를 받았던 수도권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당시 급작스러운 강우로 출퇴근이 마비되고, 차량도 침수되는 피해를 경험한 만큼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권모씨(40)는 6일 출근을 하지 말라는 회사의 지침에 이날 잡힌 저녁 약속도 취소했다. 권씨는 "오늘 오전까지는 비는 조금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며 "내일은 회사 임시휴일이라서 다른 개인적인 약속을 다 취소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오모씨는 "팀장의 지시로 이번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특별한 중요 근무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8월 폭우 때 출퇴근에 지장을 받은 직원들이 많아 업무차질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미리 대비하려는 거 같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기업 직원 장모씨(30대)도 "업무 특성상 일주일에 지방출장을 여러 번 가는데 이번에는 출장 일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권모씨(25세)는 "지금 비가 많이 와 퇴근 걱정이 너무 되는데 그것보다 집에 갈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라며 "지난 폭우로 길에 나무가 부러지고 침수가 돼 차가 못 움직였는데 정 사정이 안 되면 회사 근처에서 숙박도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교도 '비대면 수업' 진행…오랜만에 오프라인 모임 기대했던 학생들 '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완화로 대면수업과 과모임이 재개된 대학가에서도 힌남노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 중구에 거주 중인 대학생 백모씨(24·여)는 "대면 강의를 시작해서 매일 학교에 가고 있었는데 이렇게 비오는 거 보니 다시 비대면 수업을 해야 할 것 같다"며 "비 때문에 옷이랑 신발이 다 젖어서 너무 찝찝하다. 친구들도 다 같은 마음이라서 저녁약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6일 새벽부터 힌남노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경남 진주의 한 대학교수는 "내일부터 대면수업에서 비대면 수업 권장 공지가 내려왔다"며 "태풍이 큰 피해 안주고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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