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용인=뉴스1) 조현기 원태성 한병찬 기자 = 제 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경남 거제에 상륙, 전국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도권 직장인들은 교통통제 구간을 우회하거나 차량정체를 피해 일찍 출근하고 있다. 반면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지시받은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8월 초 수도권 폭우에 이어 역대급 태풍 힌남노까지 한반도를 통과하는 재난·재해상황에서 기업별로 출퇴근에 큰 차이를 나타내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32·남)는 6일 오전 뉴스1과 통화에서 "노비는 주인님이 시키기면 따라야죠"라고 출근 상황을 비꼬면서 "지난번 폭우때도 그렇고 이번에 태풍까지 예외없이 전 직원 모두 정상출근. 오늘도 지난번처럼 2시간 전에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의 한 건설사에 근무하는 B씨(34·남)도 "지주사는 재택하는데 우리처럼 계열사 근무자들은 출근한다"며 "같은 건물에 근무하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하철 역사로 향했다.
경기 광주시에서 신촌으로 출근하는 윤모씨(32·남)는 "아내가 걱정된다고 말하는데 뭐 어떡하냐"며 "아기 분윳값이라도 벌러 가야 된다"며 승용차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녀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날 연차(휴가)를 사용한 직장인도 있었다. 경기 수원에서 서울까지 매일 출근하는 주모씨(38·여)는 "회사는 정상출근이고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갑자기 오늘 휴원한다고 해서 급하게 휴가를 신청했다"며 아침부터 진땀을 뺐다고 하소연했다.
회사의 갈팡질팡 정책에 화를 내는 직장인도 있다. 경기 성남시 판교의 대형 게임회사에 다니는 C씨(33·남)는 "어제 하루에만 수차례 재택, 출근 결정을 두고 왔다갔다 했다"며 "딱 원칙을 갖고 정해야지 윗분(사장님)의 마음에 따라 갈팡질팡한다"며 어이없어 했다.
반면 일부 IT업계, 공기업 또는 대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로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박모씨(35·남)는 "회사에서 코로나19 때 수십억 들여서 재택근무 시스템(체계)을 마련했는데 아주 잘 구비돼 있다"며 "회사에서 바로 어제 출근하자마자 재택근무 공지를 내렸다"고 전했다.
다만 "재택근무일 때 업무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좀 더 일찍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좀 더 늦게 퇴근할 생각"이라며 재택근무를 준비했다.
공기업에 재직 중인 손모씨(35·남)는 "업무 특성상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어서 그런지 회사에서도 배려해주는 것 같다"며 "어제 회사에서도 오늘 할 업무분담을 다 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전 7시10분쯤 울산 앞바다를 통해 동해로 진출했다. 앞서 오전 4시50분쯤 경남 거제 부근 내륙에 상륙한 힌남노는 약 2시간20분 동안 이동하며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를 뿌렸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서울 시내 13개 도로는 침수 및 기상악화로 부분 및 전면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단방향 통제구간은 2곳으로 노들로 램프(연결로) 성산대교 방향, 내부순환로 램프 성산방향이다.
양방향 통제구역은 △올림픽대로 여의상류~한강대교 △올림픽대로 가양대교~동작대교 △올림픽대로램프 여의상류 △올림픽대로램프 여의하류 △내부순환로 마장→성동JC △동부간선도로(군자~성수) △반포대로 잠수교 △양재천 하부도로(올림피아빌딩~포레스빌아파트) △양재천 하부도로(KT연구개발본부~양재리본타워1단지아파트) △개화육갑문(방화대교 남단 하부 육갑문)이다.
현재 서울지하철 노선은 모두 정상운행 중이다. 일부 시내버스 노선은 우회운행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잠수교 등 통제구간을 오가는 출근길 시민들은 미리 교통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며 "우회 및 안전운행을 하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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