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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고물가에 신음하는데…'킹달러'로 신난 美소비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6 18:08

수정 2022.09.06 18:08

美, 인플레에도 구매력 역대 최고
연준 긴축 기조 강달러 지속 전망
세계 각국 경제적 피해 가중 우려
미국 소비자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구매력은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 속에 달러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덕이다. 그러나 강달러 지속이 반드시 미국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달러 강세가 다른 나라들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달러가치 급등이 구매력 끌어올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이하 현지시간) 국제결제은행(BIS)의 달러 실질실효환율이 이전 최고치인 2002년 수준을 이미 7월 중 뛰어넘었다고 보도했다. 달러 실질실효환율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주요 교역상대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다.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통화가치와 실질 달러가치를 비교한 값이다.

올들어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미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력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는 1970년대 오일 쇼크에 따른 인플레이션 당시와 다른 흐름이다. WSJ 달러지수는 올 상반기 6개월 가운데 5개월을 올랐다. 올 전체 상승률은 13%에 육박한다.

유로에 대해서는 20년만에 처음으로 패리티를 넘어 1달러 가치가 1유로 가치보다 높은 수준으로까지 치솟았다. 또 영국 파운드에 대해서는 1985년 이후, 일본 엔에 대해서는 1998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달러는 금융자산 가운데 지난 한 달 천연가스에 이어 수익률 2위를 기록했다.

달러가 장기적인 약세로 돌아설 기미도 없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2일 발표된 미국의 8월 고용동향이 골디락스 고용흐름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 궤도가 수정될 만큼은 아니어서 연준의 강력한 금리인상을 등에 업고 달러 가치 상승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달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6월, 7월에 그랬던 것처럼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베르만의 타노스 바다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일본은행(BOJ) 모두 연준에 비해 금리인상이 뒤처지고 있어 전세계 자금이 미국 국채와 주식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타격이 美소비자 혜택보다 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입가격이 낮아져 미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높아진다. 대신 미 수출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수출에 타격을 받는다.
달러 상승은 또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인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북미거시전략·외환리서치 글로벌 책임자인 스티브 잉글랜더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높은 수입물가, 팍팍한 유동성이라는 이중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 가치가 앞으로도 더 오르고, 이에 따라 전세계 각국의 경제적 피해 또한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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