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긴축 시작되며 옥석가리기
상반기 투자규모 6000억 감소
IPO는 대기업마저 줄줄이 취소
장외 주식은 설자리 점점 줄어
상반기 투자규모 6000억 감소
IPO는 대기업마저 줄줄이 취소
장외 주식은 설자리 점점 줄어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대표 A씨는 2년 전에 비해 투자자금이 크게 줄어 고민이다. 당시 기준으로 개발자 인건비 등 사업예산을 맞춰놨기 때문이다. 도약을 위해선 사업영역을 넓혀야 하는데 현재 자금사정으론 벅차다. A씨는 "VC들이 기업가치에 비해 저렴한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하길 원한다"며 "투자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불안해했다.
■'돈맥경화' 빠진 벤처업계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는 '제2의 벤처붐'이 불었다고 할 만큼 벤처투자 열기가 뜨거웠으나 올해는 빠르게 식어가는 모양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집계(7월) 기준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액은 8368억원으로 전년동기(3조659억원) 대비 72.7%가 줄었다. 기간을 넓히면 투자 감소세는 더 확연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VC 투자액은 4조61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4조6072억원)보다 6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올해 2·4분기 투자액(1조9234억원) 역시 직전분기(2조827억원)보다 1593억원 감소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다.
벤처투자액 급감은 금리인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VC들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됐다. 유동성이 풍부할 땐 투자여력이 크지만 반대의 경우 투자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고 규모도 쉽게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부진한 증시도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증시가 위축되다 보니 기업이 상장에 성공해도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투자금 회수 여부가 미지수다. VC업계 관계자는 "더 안정적으로 실적이 나오는 기업에 한정해 투자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펀드매니저 "비상장, 살 동기 없다"
간접투자 창구도 좁아지고 있다. 한껏 기대를 모았던 기업공개(IPO) 예정기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는 마당에 상장 후 시세차익 획득을 목표로 삼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투자유인이 줄어들어서다.
올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3월에는 보로노이가 IPO 계획을 취소했고 5월에는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3개 기업이 잇따라 IPO 대열에서 이탈했다. 현대오일뱅크(7월), CJ올리브영(8월)도 마찬가지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비상장주식은 사실상 상장을 노리고 투자하는 게 전부"라며 "대어급들의 상장이 취소·연기되는 등 IPO 시장이 냉각되면서 그 동기가 상실되는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비상장주식 시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올 8월까지 K-OTC의 거래대금은 6012억원으로 전년동기(9889억원) 대비 39.2% 축소됐다. 비제도권인 비상장주식 플랫폼에 대한 투자자 보호조치가 강화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7월부터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개인이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각각 456개에서 57개로, 174개에서 30개로 각각 줄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병행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VC가 투자한 비상장기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펀드 출시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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