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태풍 힌남노] 집채만한 파도앞에서 유튜브 방송하고..수영하려 바다로 뛰어들고 "진짜 무개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7 08:09

수정 2022.09.19 15:54

[파이낸셜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높은 파도가 일고 강풍이 부는 가운데 이를 촬영하며 방송을 진행하거나, 파도 치는 해수욕장에 수영하러 뛰어들어 경찰을 출동하게 한 BJ, 유튜버, 외국인 등이 뭇매를 맞고 있다.

힌남노가 북상 중이던 5일 오후 11시40분경, 개인 방송을 하던 유튜버가 파도에 휩쓸릴 뻔 한 사고가 발생했다.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방파제 인근에서 유튜버 A씨는 태풍 상황을 개인 방송으로 생중계하기 위해 한 손에 셀카봉을 들고 방파제 근처 인도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방파제를 넘어온 큰 파도에 휩쓸렸다. 이 충격으로 그는 마린시티 상가 쪽 도로로 약 10m가량 밀려 나가 팔꿈치 등을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다.
A씨는 경찰에 태풍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튜버가 개인 방송을 진행한 마린시티 일대 1km 구간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경찰이 월파 우려로 도로 통제를 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11시부터 부산에는 태풍경보가 내려졌고,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5.2m를 기록하는 등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해운대구 다른 곳에서도 인터넷방송 BJ 여러 팀이 개인 방송을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6일 오전 1시 30분 해운대구 엘시티 인근에서 BJ 3~4팀이 강풍 등을 체험하는 방송을 했다. 이들은 ‘엘시티 맨몸 생중계 재난뉴스’ ‘태풍 힌남노 엘시티 현장’ 등의 제목을 달고 방송을 진행했고, 한 남성 BJ는 엘시티 앞에서 강풍을 몸으로 견디며 ‘컵라면 먹방’을 했다. 또 다른 BJ는 “신호등 흔들린다. 위험하니 절대 나오지 마라”면서도 계속 방송을 이어갔다.

이처럼 도를 넘은 인터넷 개인 방송이 이어지자 경찰은 이들 중 일부를 적발했다. 해운대경찰서는 이날 경찰의 안전 조처 지시에 불응한 30대 남성 B씨와 20대 남성 C씨 등 2명에게 경범죄처벌법(공무원 원조 지시 불응)을 적용해 범칙금 5만 원 통고 처분 스티커를 발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전 2시 30분부터 오전 5시 30분까지 해운대구 중동 미포 일대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해 경찰이 수차례 귀가를 요청했는데도 건물에 숨거나 도망하는 식으로 요구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외국인 남성.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한 6일 오전 부산 해운대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외국인 남성.
이 외에도 6일 오전 6시경 한 30대 외국인 남성이 파도치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뛰어들어 경찰을 출동하게 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시간 해운대에서 수영하는 미친 외국인', '실시간 해운대 바다 입수하는 거 직관' 등의 제목으로 바다에 입수한 외국인 남성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들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한 외국인 남성이 상의를 탈의한 채 바다로 뛰어 들어가 두 팔을 위로 벌리고 파도와 맞서는 모습이 담겼다. 그를 본 사람들은 다급하게 소리치며 나오라고 경고했고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결국 사람들의 아우성과 경찰 신고에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해운대경찰서는 "아침 6시 25분께 신고를 받고 119 구조대원과 함께 출동했다"고 밝혔다.

바다에 들어갔던 외국인은 "왜 들어갔냐"는 경찰의 물음에 "수영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에게 주의를 주고 훈방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꾼 사이에선 태풍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위험천만한 행동을 벌인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짜 위급한 사람을 구조하기위해 대기해야 할 인력을 낭비하게 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구조대원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 “정말 위급한 사람이 구조받지 못할 수도” “용감한 게 아니라 무모한 짓” “애먼 구조원들은 무슨 죄”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자연재해 상황에서 무모한 행동은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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