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에 이어 제11호 태풍 '힌남노' 때도 지하주차장이 순식간에 물에 잠기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주차장이 폭우 상황에서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폭우 등에 침수된 지하주차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힌남노의 직격타를 받은 6일 오전 6시 30분쯤 경북 포항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7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지하주차장 안의 차량을 이동시키라는 관리사무실의 안내 방송을 듣고 급하게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앞서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서도 지하주차장에 차량을 확인하러 간 60대 여성이 실종된 지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지하주차장 침수로 인한 인명 피해는 지난달 수도권에 폭우가 내렸을 때도 발생했다. 당시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지하주차장에 차량 침수를 확인하러 갔던 4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서초구 반포자이, 송파구 잠실엘스 등 대형 아파트 주차장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침수된 바 있다.
지하주차장은 배수 용량이 크지 않아 지상보다 상대적으로 물이 빠르게 차오르고 입구가 좁아서 구조나 대피도 더디다. 일단 물이 차오르면 내부에서 유속이 빨라지는 점도 위험 요소다. 밖에서 유입되는 물과 주차된 차량 사이로 흐르던 물이 만나 소용돌이와 같은 물살이 발생하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도 "지하주차장이 침수되고 있다면, 거기 있는 물을 '고인 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움직이는 물'이 있는 것"이라며 "바깥에선 물이 유입되고 있고, 지하주차장에는 차들이 세워져 있어 이 사이로 와류(소용돌이 물살)나 난류(일정하지 않게 흐르는 물살)가 발생한다"고 했다.
때문에 지하주차장이 침수됐을 때는 물이 완전히 빠지기 전까지는 내려가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교수도 "이번 포항 지하주차장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침수 상황에서 차량을 이동하라며 지하로 사람을 안내한 것이다. 위험을 피해야 하는데 위험한 공간으로 가게한 것"이라며 "사람들은 차를 빨리 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빗물은 생각보다 빨리 유입돼 어느정도 물이 차오른 상황이라면 대피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침수 상황에서는) 안 들어가는 게 원칙이다"며 "만약 이미 들어갔다면 지하주차장은 진입로 경사면이 급하고, 우수가 급격히 유입되기 때문에 계단을 통해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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