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반도체 지원법 소개하며 中 신규 투자 금지 강조
美 정부 지원금 받은 기업이 中 투자하면 지원금 회수
美中 양국에서 사업하는 韓 반도체 기업들은 낭패
반도체 국산화에 매달리는 美, 한국행 투자도 가로채
美 정부 지원금 받은 기업이 中 투자하면 지원금 회수
美中 양국에서 사업하는 韓 반도체 기업들은 낭패
반도체 국산화에 매달리는 美, 한국행 투자도 가로채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국산화’를 외치는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투자에 투자하면 지원금을 회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같이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 위험이 커질 전망이다. ‘칩4(CHIP4)’ 같은 반도체 동맹을 제안했던 바이든 정부는 여기에 한술 더 떠 한국행 반도체 공장을 가로채는 등 일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정례브리핑에 동석해 ‘반도체 산업 육성법’ 시행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에 390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미국 내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2800억달러(약 366조원)를 투자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 서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25일 행정명령을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법 시행 촉진을 위한 각 관계 부처 내 조정위원회를 꾸려 국가안보 기여 등 포괄적인 지원 기준을 제시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3년 2월 전까지 기업들로부터 지원금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러몬도는 이날 브리핑에서 "내년 봄에는 개별 기업에 지원금이 지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몬도는 기업들에게 지원금을 주기 전에 조건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 육성법에는 미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 공장에 첨단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의 경우 2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미만 공정에 대한 중국 내 신규 투자가 금지된다.
러몬도는 "법 시행의 첫 번째 목표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기업들이 돈을 받는다면 기업들은 그 돈을 중국에 투자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기업들은 10년간 중국에 첨단 제조시설을 짓지 못하며 만약 '머추어 노드(40nm 이상 공정)' 공장을 확장한다면 중국 시장에만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기업들이 지원금을 받고 이 중 어느 것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지원금은 회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몬도는 "이번 법안은 기업을 위한 백지수표가 아니다. 이 자금에 대한 명확한 가드레일이 있다. 우리는 지원 받은 기업들이 국가 안보를 양보하지 못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가드레일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규정이 시행되면 중국에서 생산중인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위험요소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러몬도는 "미국은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25%를 사용하고 있으나 미국 내 생산하는 물량은 없다"면서 "미국은 머추어 노드 반도체를 30% 소비하면서 13%만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데 이 반도체에 대한 충분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 육성법 발효 전에 중국 투자 계획을 공개한 기업에 대해서는 "개별 기업별로 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미국 국가 안보를 해치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몬도와 인터뷰를 공개했다. 러몬도는 미국의 첨단산업을 지키기 위한 성과를 설명하면서 지난 6월 대만의 반도체 업체이자 세계 3위 웨이퍼 제조사인 글로벌웨이퍼스와 접촉한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글로벌웨이퍼스는 앞서 2월에 50억달러 규모의 독일 투자를 포기하고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러몬도에 따르면 도리스 수 글로벌웨어퍼스 최고경영자(CEO)는 러몬도와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보조금이 없다면 건설비가 3분의 1 수준인 한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말했다.
이에 러몬도는 "우리가 그 계산이 잘 되도록 하겠다"며 약 1시간동안 수를 설득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약 2주 뒤인 6월 27일에 텍사스주 셔먼에 50억달러 규모의 신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이달 당장 칩4 동맹 협상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바이든 정부의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반도체 국산화 행보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4개국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인 칩4 동맹 출범을 제안했다. 이를 위한 예비회의는 이달 중순 무렵 열릴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아직 가입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고 지난달 초에 예비회담에는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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