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한 이튿날인 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37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영국의 암울한 경제전망에 따른 것이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는 침체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된 탓이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새 총리에게 경제 재앙을 물려주고 갔다는 말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1985년 이후 최저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운드는 이날 오후 런던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에 대해 파운드당 1.1407달러까지 추락했다.
1985년 이후 37년만에 최저치다.
신임 총리가 취임했지만 존슨 전 총리 시절 망친 경제를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비관전망이 파운드 추락으로 이어졌다.
경제재앙 물려받아
치열한 경합을 뚫고 총리직을 거머 쥔 트러스 총리는 6일 존슨에 이어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그러나 그가 물려받은 유산은 재앙에 가깝다.
영국 경제는 수십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7월 10.1%를 찍는 등 영국인들의 살림물가가 치솟고 있다.
영국 물가상승률은 주요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다.
파운드는 트러스가 총리 경합에서 승리한 지 불과 수시간만인 5일 파운드당 1.1444달러로 추락했다.
이후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트러스 취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경제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처 이후 최악
파운드는 이전에도 일시적으로 1.14달러 밑으로 추락한 적이 있기는 하다.
팬데믹 봉쇄 충격이 경제를 강타했던 2020년 3월, 그리고 이보다 앞서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에 잠깐 1.14달러선이 무너졌다.
그러나 이번처럼 1.1407달러 선마저 무너진 적은 37년만에 처음이다.
'철의 여인'으로 부르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이 마지막이었다.
새 총리가 취임했지만 영국은 치솟는 물가에 경기침체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감세와 적자재정을 메우기 위한 국채발행 확대가 예상되는 트러스의 경제정책 기조는 영국 채권시장을 흔들면서 금융시장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국채 발행이 늘면 더 많은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국채 수익률이 오르고, 이는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파운드 위기
도이체방크는 '파운드 위기' 경고까지 내놨다.
도이체방크 외환전략가 시리야스 고팔은 5일 분석노트에서 "(영국) 경상수지적자가 이미 사상최고 수준을 찍은 가운데 파운드가 버티려면 투자자들의 확신과, 예상 인플레이션 하락에 힘입은 대규모 자본 유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팔은 이어 "그러나 지금은 정확히 그 반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에따라 영국이 '파운드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운드는 올들어 미국 달러 초강세 속에 달러에 대해 가치가 15% 넘게 하락했다.
유로에 대해서는 그나마 성적이 조금 낫다.
올들어 유로 대비 파운드 가치 하락폭은 3%에 그치고 있다.
유로 역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차단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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