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영연방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서거했다.
영국 왕실은 8일(현지시간)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지난 1952년 2월 6일 아버지 조지 6세의 서거로 25세에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70년 214일 동안 영국을 재위했다. 이는 태양왕으로 불린 프랑스 루이 14세 다음으로 긴 기간으로, 엘리자베스 2세는 세계 두 번째로 긴 기간 재위하면서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루이 14세는 4세였던 1643년에 즉위해서 1715년까지 72년 110일간 왕좌를 지켰다. 다만 BBC는 루이 14세는 1661년이 돼서야 직접 통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 2012년 6월 64년간 영국을 통치했던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영국 역사상 두 번째로 '다이아몬드 주빌리'(재위 60주년)를 맞았고, 올해 6월에는 재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를 치렀다.
엘리자베스 2세는 지난 2015년 9월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인 63년 7개월 2일을 넘어서면서 '영국 최장기간 재위 군주' 기록도 세웠다.
그는 2012년 즉위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영국에서 가장 위대한 국왕'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1세를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왕은 지난해 4월 남편 필립공의 사망 이후 급격히 쇠약해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병원에 하루 입원했고,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찰스 왕세자를 만난 뒤 신종 코로나에 확진돼 한동안 외출을 못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왕은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에 신임 총리를 임명하는 등 최후까지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즉위 70년 만에 임무를 내려놓게 됐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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