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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요충지 '태안 격렬비열도', 국민적 관심과 사랑 필요

뉴스1

입력 2022.09.09 11:08

수정 2022.09.09 11:08

격렬비열도 모습(태안군 제공)
격렬비열도 모습(태안군 제공)


2020년 7월 격렬비열도 카약 챌린지 모습(태안군 제공)
2020년 7월 격렬비열도 카약 챌린지 모습(태안군 제공)


(태안=뉴스1) 김태완 기자 = 최근 태풍 힌남노 발생 당시 일본 기상청이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하는 도발을 감행하면서 '서해의 독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의 매입 시도 등 과거의 시련을 딛고 마침내 국가관리 연안항으로 지정된 격렬비열도가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9일 태안군에 따르면 격렬비열도는 태안군 안흥항에서 서쪽으로 52km, 배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작은 섬 여러 개가 마치 열을 지어 나는 새와 같다고 해 독특한 이름이 붙여졌다.

중국 산둥반도까지 268km에 불과해 '맑은 날이면 중국의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
그만큼 군사 요충지이자 우리나라 최서단 영해 기준점으로서 격렬비열도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또한,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수산자원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 옹도, 난도, 병풍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분포돼 있어 관광자원으로도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숨은 보고다.

그러나 '서해의 독도'라는 별칭과 달리 격렬비열도는 그동안 독도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독도가 일본과의 관계로 국가적인 관심을 받아온 것에 비해 격렬비열도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들이 잘 알지 못했던 서해의 작은 섬에 불과했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 중국 어선들이 무단으로 배타적 경제 수역(EEZ)을 넘어와 격렬비열도 인근에서 어업을 하다 적발되며 국내 어민과의 마찰이 빚어지길 수 차례, 급기야는 중국 측에서 2012년 격렬비열도 매입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국내에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다행히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법적인 제약이 없어 서해의 요충지인 격렬비열도가 중국인 소유 땅이 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결국 정부는 2014년 격렬비열도에 대해 외국인 토지거래 제한 조치를 내렸다. 격렬비열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태안군도 나섰다. 가세로 군수는 2018년 취임 후 곧바로 해수부 등 정부 부처를 찾아 격렬비열도의 국가관리 연안항 지정을 건의했다. 국가관리 연안항 지정 시 격렬비열도가 거점항만 및 전진기지로 개발되는데, 이 경우 해경 출동시간이 단축돼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단속이 쉬워지고 주변 어선들의 피항지로도 활용할 수 있는 등 해양영토의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태안군을 비롯한 도내 15개 지자체가 충남시장군수협의회에서 국가관리 연안항 지정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발표했으며, 2020년에는 태안군·충남도 공동 주관으로 격렬비열도 국가관리 연안항 지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국회 차원의 관심을 촉구했다.

특히, 2020년 전국 카약커 46명의 참여 속에 개최된 '카약 타고 서해의 독도 격렬비열도까지' 챌린지가 KBS '다큐멘터리 3일'에도 방영되면서 격렬비열도의 가치를 전 국민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태안군과 충남도,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으로 촉발된 격렬비열도의 국가관리 연안항 지정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20년 정부의 '2030 항만정책 방향 및 추진전략' 및 '제4차(2021~2030) 전국 항만 기본계획'에 격렬비열도 국가관리 연안항 지정 관련 사항이 포함된 데 이어 올해 6월 항만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격렬비열도는 국가관리 연안항의 지위를 갖고 서해 바다를 지키게 됐다.

우리나라 서해의 끝에서 파도와 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서 있는 격렬비열도는 국민들의 관심으로 10년 전에 비해 친근한 섬이 됐다. 2014년 발표된 '내 사랑 격렬비열도' 노래 중 '무인도는 오늘도 사랑이 그립다'는 가사는 이제 옛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격렬비열도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어야 한다.


'격렬비열도'의 저자인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는 태안군 소식지 8월호 기고를 통해 "격렬비열도를 모티브로 어떻게 지역을 발전시킬지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고 환경을 지키면서도 많은 손님이 찾아올 수 있도록 전략과 콘텐츠도 마련해야 한다"며 국민적 관심을 위한 후속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해기점이자 국가관리 연안항으로서, 또 관광자원으로서 격렬비열도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가세로 군수는 "대한민국 최서단 영해기점인 격렬비열도는 해양영토 수호 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며 "서해의 독도인 격렬비열도를 지켜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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