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지글지글, 자글자글"
추석 연휴 첫날인 9일 오후 2시 대전 동구 중앙시장에서는 전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의 후각을 자극했다.
중앙시장 근처 공영주차장은 방문객 차량으로 가득 찼고 시장 골목은 양손 가득 식재료를 든 인파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이번 명절을 위해 코로나 4차 백신과 독감 주사까지 맞았다는 최모씨(59·동구 가오동)는 "작년까지는 자칫 코로나에 걸릴까 걱정돼 모이지 않았지만 올 추석엔 드디어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만나서 특별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20대 딸과 함께 장을 보러 온 김모씨(55)는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추석 장도 보지 않았는데, 올해는 시장 입구부터 사람들로 꽉 들어찬 모습을 보니 명절인 게 실감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석 대목을 기대하던 상인들 중에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때문에 고객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던 강모씨(59)는 "3년만의 추석 대목을 기대하면서 물량을 많이 준비했는데, 가격 물어보는 사람만 많고 정작 장사는 안 돼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을 사러 왔다는 류모씨(71·여·중구 오류동)는 "물가가 많이 올라 식재료를 구입해 만들기보다 조리된 음식을 조금씩 사 먹는 게 더 싼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 많이 오른 제수용품 가격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덕구 중리시장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송편을 파는 가게 앞은 기다리는 손님 줄로 장사진을 이뤘고, 시장 근처 카페는 장을 보러 왔다 잠시 쉬어 가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확실히 명절 분위기가 난다"고 말한 김모씨(63·여·대덕구 송촌동)는 장바구니 물가를 묻는 질문에 "너무 비싸졌다. 몇 가지 사지도 않았는데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이제는 제사도 안 지내니 음식도 간소하게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30년간 과일 장사를 했다는 박모씨(53)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30~40% 떨어졌다. 손님들의 주머니는 가벼워지는데 가격은 점점 비싸지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대목을 기대하긴 글렀다는 듯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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