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서미선 기자 = 역대 최악의 피해가 우려됐던 태풍 '힌남노'가 지난 6일 오전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가면서 물가당국도 한시름 덜게 됐다.
하지만 앞선 폭염에다 중부지방 집중호우, 이번 남부지방 타격이 겹치며 9월 먹거리 물가 전반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선 물가상승률이 6%대에서 8월 석달만에 5%대로 내려오며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추석 뒤 공공요금 인상 등이 줄줄이 예고돼 5~6%대 고물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7% 오르며 7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그러나 추석 수요 급증에다 기록적 폭우, 이번 힌남노 피해로 공급 불안 요인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물가 압력이 줄어들긴 어려울 전망이다. 농축수산물 공급 차질에 추석 수요 증가가 겹치며 성수품 가격이 뛰어 물가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7.9% 급등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고추, 오이 등 주요 농산물 출하량 감소로 전년 대비 채소 도매가격이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이는 힌남노 영향은 제외한 분석 결과라 실제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9월 추석 이후에도 채소 도매가격이 오르는 만큼 당분간 채소 소매가격이 떨어지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돼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4월 킬로와트시(㎾h)당 4.9원 인상한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를 10월에도 4.9원 더 올릴 예정이다. 이 경우 4인 가구 전기요금은 월평균 전력사용량(307㎾h) 기준 한달에 약 1504원(부가세·전력기반기금 제외) 뛴다.
가스요금 정산단가도 10월부터 1.90원에서 2.30원으로 0.40원 더 인상될 예정이다.
8월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2010년 통계작성 이래 역대 최대 상승한 7월(15.7%)과 똑같이 15.7% 오른 가운데 가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상승세가 지속되는 점도 향후 물가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근원물가는 5월 4.1%, 6월 4.4%, 7월 4.5%, 8월 4.4%로 4%대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일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반등 가능성, 수요측면 물가압력 지속 등을 들며 "5~6%대 물가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고환율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 육박하고 있다. 통상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품 물가 수준을 올려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소비자물가지수가 본격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역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환율 급등으로 수입물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안정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5.2%로 제시했는데, 이대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5%를 넘게 된다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가 된다.
이에 당초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봤던 정부는 물가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추석 3주 전부터 성수품 가격안정 등 대책을 펴는 한편 태풍에 대비해 공급차질이 없도록 성수품 수확도 앞당겼다.
환율급등과 관련해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환율이 계속 오르고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건 금융시장에 바람직하지 않아 외환시장 쏠림현상은 당국이 예의주시 중"이라며 "필요할 경우 적절한 시장안정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