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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원 조례 공동발의 남발…한 글자 바꾸는데 12명 참여

뉴스1

입력 2022.09.13 09:23

수정 2022.09.13 09:23

대구시의원들이 실적에 급급해 조례 공동발의를 남발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의회 본회의장 모습.(대구시의회 제공)
대구시의원들이 실적에 급급해 조례 공동발의를 남발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의회 본회의장 모습.(대구시의회 제공)


(대구=뉴스1) 김종엽 기자 = 대구시의원들이 의정활동 평가에 대비해 조례 공동발의를 남발하고 있다.

조문 중 글자 하나를 바꾸는데 12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하는 등 조례가 지역이나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효성보다는 의원 개인의 '실적쌓기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13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15일부터 30일까지 제295회 정례회를 열어 시의원들이 발의한 13건을 포함한 73건의 조례 제·개정안을 심의한다.

시의원들이 조례안을 발의하는 것은 활발한 입법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조례 명칭이나 조항의 문구 몇개만 수정하는 알맹이 없는 조례에도 평균 10명이 넘는 의원이 '공동발의'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 독자적인 조례안이 아닌 대부분 상위법에 따른 위임조례, 즉 국가가 법령으로 위임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출산장려 및 양육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의 경우 기존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출산축하금'을 '출생축하금'으로 글자 한자를 바꾸는 데 의원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감정평가업자'를 '감정평가법인 등', '추정분담금시스템'을 '정보시스템'으로 변경하는 '대구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과 유아교육법 조문 앞에 신설되는 '다문화가족 학생 지원'을 추가하는 '대구시교육청 다문화교육 진흥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에도 각각 10명과 11명이 숟가락을 얹었다.

지난 8대 시의회에서도 4년간 발의된 401건의 조례안 중 399건(99.5%)이 시의원 6명 이상 이름을 올린 '공동발의'였다.

'대구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1건만 단독발의(찬성의원 5명)였고, 다른 1건은 '대구시 결산검사위원 선임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으로 공동발의 3명에 찬성의원 3명으로 발의됐다.

시의원들이 조례안 발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사회·시민단체와 각 기관의 의정활동 평가에 조례발의 건수가 포함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들이 단순히 정량적 평가를 의식한 조례 건수 채우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필요한 내실 있는 조례 제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례 제정에 앞서 연구용역이나 이해당사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거나 시의적절한 주제인지 등에 대한 검증을 거치는 등 효율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선책으로 지방의회의 입법 역량과 조례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입법영향분석 제도'가 제시되고 있다.

경기도의회가 지난 8대 의회에서, 도의원들의 조례 시행 효과 및 목표 달성을 평가하는 '입법평가조례'를 제정해 조례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 대안으로 꼽힌다.


한 시의원은 "글자 하나 바꾸는 조례에 10명이 넘는 시의원이 공동발의로 참여하는 것을 두고 과연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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