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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자금줄 마른 PF… 지방건설현장 멈췄다 [PF 부실 뇌관 터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3 18:24

수정 2022.09.13 20:16

금리 오르며 1금융권 대출 자제
리스크 큰 2금융권에 수요 몰려
철도·도로 공사장은 '돈맥경화'
부실 확산땐 금융사도 연쇄타격
은행 자금줄 마른 PF… 지방건설현장 멈췄다 [PF 부실 뇌관 터지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돈이 마르면서 지방 사업장들은 전면 중단이다. 아무도 위험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서울·수도권 아파트 단지 같은 수익성 좋은 사업에만 PF가 몰리는데 이런 사업장은 많지 않다. 외곽 지역과 도심을 잇는 철도라든가 지방 오피스텔 사업장 같은 사업성이 부족한 곳은 총대를 메는 주관사가 없다. 아예 시행사가 지레 물건을 가지고 오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또 프로젝트 후 돈을 꼭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겨우 대출을 결정하기 때문에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의 경우 다 지어지고 난 뒤 매입 확약 등을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도 많다.
"

금리인상기 금융당국의 건전성 경고에 1금융권이 PF에서 손을 떼다시피 하면서 고금리인 2금융권, 3금융권의 PF대출에 노출된 사업장이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들 PF 건전성은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에 미리 대비해온 은행권이 취급하는 부동산 PF대출 연체잔액은 크게 줄어든 반면 보험·카드·증권사 등 2금융권 연체잔액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방법으로 PF 총량 억제를 택하고 있어 돈이 필요한 사업장에도 돈이 흘러들지 않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실을 막기 위한 위험관리가 되레 부실위험을 키운다는 평가다.

■1금융권 건전성 양호

13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과 연체잔액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은 31조4029억원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을 보유했다. 연체잔액은 65억원으로 전년 말(81억원)보다 16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부동산 PF대출 연체잔액은 2017년 말 2267억원에서 이듬해 846억원으로, 2019년엔 470억원으로 줄었다. 2020년 말 760억원으로 다시 반등했다가 2021년 말엔 81억원으로 10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진 65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연체율도 크게 낮아졌다. 은행권 PF대출 연체율은 0.02%로 작년 말보다 0.01%p 하락했다. 연체율 역시 2017년 말엔 1.36%로 1%를 넘겼지만 이후 내림세를 지속해 2020년 말엔 0.32%, 작년엔 0.03%로 줄었다. 은행권의 6월 말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잔액과 비율은 209억원, 0.07%였다. 작년 말보다 각각 1089억원, 0.32%p 줄었다.

■2금융권이 '뇌관'

반면 올 들어 보험사와 증권사, 카드사의 연체잔액과 연체율은 악화했다.

보험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42조2472억원으로 금융권에서 가장 많았고, 부동산 PF대출 연체잔액은 1298억원이었다. 연체잔액은 작년 말(305억원)의 4배 이상 수준으로 급증했다. 보험사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율도 3월 말 기준 0.31%로 작년 말(0.07%)보다 0.24%p 높아졌다.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4조1760억원,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24조6675억원이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대출 연체잔액은 3월 말 기준 1968억원으로 작년 말(1691억원)보다 1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3.7%에서 1.0%p 오른 4.7%로 집계됐다. 증권사는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잔액과 비율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작년 말보다 29.8% 늘어난 3459억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4%p 상승한 8.3%로 나타났다.

■"연쇄부실로 이어질 수도"

문제는 사업성이 낮지만 필수사업으로 분류되는 철도나 도로, 물류센터들도 멈춰서고 있다는 점이다.

무리하게 사업장을 멈춰세우면 이는 금융사 부실로 이어져 연쇄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결국 인프라를 이용해야 하는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 부동산금융 담당 실무자는 "요즘 부동산 경기도 안 좋고 분양가도 낮은 데다 금리 자체가 높아서 대출회수 실패로 문닫는 금융사도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PF를 무조건 막는 것이 대책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을 막기 위한 관리가 외려 부실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임윤묵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업 타당성이 덜해도 국가적 관점에서 필요한 공공사업들엔 금융사들이 원활하게 PF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잣대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부동산 경기 하락 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를 당부한 것"이라며 "PF 대출 취급 자체를 금지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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