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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우크라와 글로벌 가치전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4 18:18

수정 2022.09.14 18:18

[fn광장] 우크라와 글로벌 가치전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00일을 넘겼다. 러시아의 침공 초에는 전쟁이 이렇게 길어질 것으로 예견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우크라이나는 피침 200일을 맞아 성동격서 작전으로 북동부 이지움시를 탈환했고,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지역에서의 철수 결정을 발표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또 한번의 결정적 순간을 맞았다"고 논평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러 정상회담이 끝나기 무섭게 푸틴은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 침공명령을 내렸다.
많은 전문가와 국제여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확대일로에 있었던 미·중 패권경쟁이 '글로벌 신냉전'으로 비화될 것으로 예견했다. 서구와 미국이 뭉치고, 중국과 러시아가 결합한 두 진영이 체제와 패권 전쟁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런 것인가. 20세기의 냉전은 별개 진영을 구축한 두 개의 이질체제, 민주주의와 시장체제, 전체주의와 명령경제체제가 분절된 진영을 이루어 대립했던 국제질서를 말한다. 이 두 개의 체제는 '공포의 핵 균형'에 의해 상호 전쟁억지력이 작동했지만 극한에 가까운 군비경쟁을 추구했다. 중국의 고도성장, 일대일로와 중국몽, 신형대국론과 군사적 팽창주의 그리고 러시아의 석유·가스 패권주의는 급기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귀착되었다.

흔히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기계적으로 복사되는 것은 아니다. 반복 안에는 복잡한 변형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언뜻 과거의 재현으로 보이는 사건과 현상은 전혀 새로운 행태로 진화하는 경우도 흔하다. 개방된 중국, 탈냉전 세계에서 푸틴 러시아의 자원팽창주의는 필시 미국·유럽과의 전략적 경쟁, 지정학적 대결을 확대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대결을 냉전으로의 회귀로 성급히 단정할 필요는 없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지정학적 패권 도발이 냉전 시기 '철의 장막' '죽의 장막'으로 상징되는 이질체제 간의 분절·대립 구조로 고착될 것으로 예단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경제 편입이 체제의 점진적 자유화, 개인의 권리 확대, 호혜주의와 평등주의로 가치화된 국제질서의 보편적이고 규범에 대한 국가주의적 도발에 해당한다. 최근 시진핑 중국의 패권 도발, 푸틴 러시아의 침략주의는 유일당 지배라는 전체주의적 체제의 관성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부패와 독재에 의해 강화된 '마피아 자본주의'의 대외정책적 확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전쟁은 호혜성·평등성에 기반한 주권원칙, 보편적 인권의 존중이라는 현대문명의 국제정치적 핵심 가치와 규범을 존중하는 문명세계와 이를 무시하는 반문명 국가 간의 문명전쟁에 가깝다. 대한민국은 좌와 우, 보수와 진보 간의 극심한 대립으로 국가와 체제의 파괴 위기까지 경험했다.
여전히 이념과 정파 간의 몽매한 흑백대립이 만연한 상태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경험한 근본주의적 대립이 거짓과 진실의 가치전쟁이었다는 것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안으로 거짓과 기만정치의 타락을 일소하는 한편 밖으로 문명세계와의 가치공유와 호혜협력의 증진에 각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약력 △62세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정치학 박사)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국회 개혁위원회 위원 △통일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정책자문 위원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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