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돈받고 잠적" 중고거래 덕후도 당했다.. 사기피해 작년에만 3600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6 05:00

수정 2022.09.16 05:00

중고거래 사기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중고거래 사기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어릴때부터 중고거래를 자주 해봐서 사기는 뉴스에서나 접하는 남의 일인 줄 알았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20대 회사원 이모씨는 지난 7월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다. 소싯적부터 중고거래에 익숙했던 터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중고거래 사기 피해는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피해 금액은 35만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나라'에 올라온 한 소셜 커머스의 기프트콘(선물교환권)을 구매한 것이 화근이었다.


사기 판매자는 기프트콘 형태로 전동 자전거를 선물받았지만 건강상 이유로 이용할 수 없다며, 기프트콘을 구매하면 업체를 통해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이씨가 거래금액을 개인 통장에 입금하자 마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씨는 "판매자가 '배송 중'을 알리는 송장까지 보내왔었다"며 "해당 송장은 포토샵을 통해 편집한 가짜 이미지가 아니었나 싶다"고 토로했다.

20대 회사원 이모씨가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거래 장면 /독자 제공
20대 회사원 이모씨가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거래 장면 /독자 제공
중고거래 사기피해 지난해 4배 급증

중고거래 사기가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사기를 당한 피해자 상당수가 보상 받을 길이 없어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발생한 중고거래 사기 피해액은 3606억100만원으로 전년 동기(897억7540만원) 대비 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피해액 202억1500만원과 비교하면 무려 17배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8년간 중고거래 사기 피해액 6504억7400만원 중 절반이 넘는 55%가 지난 1년사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만해도 3만8867건의 중고거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사기 당해도 피해보상 '막막'.. 제도개선 시급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는 피해자가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사이버금융범죄는 은행이 의무적으로 거래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돼 있지만 중고거래와 게임거래 등 인터넷을 통한 사기 범죄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피해 회복이 어렵다. 피해 보상을 위해선 민사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발생해 소액의 경우 피해를 당해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 플랫폼 등에 피해보상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유 의원은 "중고거래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계좌지급정지를 할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이마저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이름과 계좌번호 등 기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고 법원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어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계좌지급정지를 청구하려면 소송비용이 피해금액의 10%가량 발생하며 시간도 3개월가량 걸린다. 피해금액이 크면 몰라도 소액의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가처분 신청을 통해 은행에 가압류를 신청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청구 금액의 5%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소요 기간도 이르면 3~4일, 보통 7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긴급함을 요하는 임시 조치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중고거래 피해자들에 대한 원활한 피해보상을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구비하는 게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유 의원은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은 중고거래사기와 같은 인터넷사기를 사이버금융범죄와 구분하지 않으며 빠른 피해금 회수나 지급정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선진국과 같이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등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