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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안심전환대출 신청 첫날..."안심전환대출보다 제 주담대가 더 싼데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5 17:25

수정 2022.09.15 17:26

15일 서울 양천구의 한 은행에 안심전환 전담창구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이승연 기자
15일 서울 양천구의 한 은행에 안심전환 전담창구 안내가 붙어 있다. 사진=이승연 기자
15일 서울 양천구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 안심전환대출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이승연 기자
15일 서울 양천구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에 안심전환대출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이승연 기자

15일 KB국민은행 의정부종앙종합금융센터 3층에 마련된 안심전환대출 전용 창구에 방문 고객들이 없어 자리가 비어있다. 이날 오전에 이곳을 찾은 고객은 3명에 불과했다. 사진=김동찬 기자
15일 KB국민은행 의정부종앙종합금융센터 3층에 마련된 안심전환대출 전용 창구에 방문 고객들이 없어 자리가 비어있다. 이날 오전에 이곳을 찾은 고객은 3명에 불과했다. 사진=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오전 내내 문의 전화 한 통이 안 오네요. 5부제 도입이 무색합니다."(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시중은행 대출 창구 관계자)
25조원을 투입해 최저 연 3.7%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접수가 15일 시작됐지만 수도권 일선 은행 창구는 한산했다. 꾸준히 고객이 들어오는 예금 창구에 비해 대출 창구는 종일 텅 비었다.

은행들이 업무 마비에 대한 대비를 강화한 영향도 있지만 이미 3% 후반에서 4% 대의 금리를 적용 받고 있는 서민과 실수요자들이 굳이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할 이유도 없었다. 결국 정책 수요 예측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5부제 무색...텅텅 빈 은행창구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서울 양천구 소재 한 은행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건으로 방문은 물론이고 전화 상담 문의도 오늘 없었다"며 "고령 고객이 대부분이라 비대면보다 대면 신청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용하다"고 했다.

저조한 안심전환대출 문의에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5부제가 무색하다"고 했다. 이 지점에는 이날 오전 동안 안심전환대출 상담 고객이 2명 찾았지만 신청자는 없었다. 이 은행 여신 담당 직원은 "사전상담은 꽤 있었는데 오히려 신청이 시작되고 찾는 고객이 뜸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전 상담이 몰렸던 지역 중 하나인 경기도 의정부도 뚜껑을 열자 실상은 달랐다. KB국민은행 의정부지점은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앞두고 의정부종앙종합금융센터 3층에 전용 창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단 3명의 고객만이 창구를 방문했다. 그 중에서도 실제로 대출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다. 인근 신한·하나·농협은행에서도 관련 문의가 없다고 했다.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 영업점에 본부 직원을 급파해 실시간 대응에 나선 시중은행들은 저조한 인기에 머쓱하다는 반응이다. 경상남도 거제시에 파견된 한 시중은행 본사 직원은 "지방이라고 해서 신청이 몰리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그나마도 1주택자가 아니거나 소득 제한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실제 대출 전환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디지털역량vs.정부 예측 실패
은행권은 정부의 수요 예측이 실패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당초 금융당국은 최대 35만명이 안심전환대출의 혜택을 볼 것으로 홍보했다.

이번 안심전환대출 신청은 집값 4억원,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차주로 제한된다. 문제는 해당 조건을 충족한 차주는 다른 정책 상품 등으로 이미 더 낮은 금리로 주담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 금리는 3% 후반에서 4% 정도로 신용대출보다 낮다. 정책 상품 금리는 그보다 더 싼 것도 있다"면서 "대상자 대부분이 다른 정책 대출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갈아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등 신청이 편리해진 덕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은행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한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가능해지고, 비대면 업무 처리에 대한 신뢰도 쌓인 만큼 일선 지점의 부담을 비대면 창구가 덜어갔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대상자들은 혜택을 봤다. 의정부 소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심은산(63)씨는 1년 전 1억원가량을 대출 받았다.
심씨는 "변동금리가 5.17%까지 올라가 신청했다"면서 "기존에 약 60만원 정도를 매달 이자로 냈는데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50만원으로, 이자가 10만원 줄어든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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