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1 쓰레기장’이라니… 상암동이 유해시설 집합소냐" [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5 17:52

수정 2022.09.15 19:37

들끓는 마포구 민심
서울시 소각장 신설계획 발표 후
주민들 투쟁본부 조직해 반대 운동
"이미 고통받는데 희생 강요 불공평"
서울시 "유해물질 배출 엄격 관리"
"‘1+1 쓰레기장’이라니… 상암동이 유해시설 집합소냐" [현장르포]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 단지 밖에 걸려 있는 쓰레기 소각장 건설 반대 현수막(위쪽 사진)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쓰레기 소각장. 사진=김동규 기자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 단지 밖에 걸려 있는 쓰레기 소각장 건설 반대 현수막(위쪽 사진)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쓰레기 소각장. 사진=김동규 기자
"상암동에는 이미 '쓰레기 소각장(자원회수시설)'이 있는데, (또) 큰 소각장을 짓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15일 서울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센터(DMC)에서 만난 주민 50대 김모씨의 이야기다. 이처럼 서울시의 '마포 쓰레기 소각장 신설계획' 발표 이후 상암동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서울시의 구상은 상암동에 있는 기존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은 철거하고 인근에 새롭게 지하화·현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부지 인근 주민들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주민편익시설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주민들은 현재 운영 중인 쓰레기 소각장으로 이미 유무형적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 고통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오세훈표 랜드마크=쓰레기 소각장?

이날 기자가 방문한 상암동에는 쓰레기 소각장 증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소각장 입지 선정 날치기'와 '소각장 추가 결사반대', '상암동이 유해시설 집합소냐'와 같은 다소 과격한 표현들이 동네를 가득 메웠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새로운 쓰레기 소각장이 완공돼 가동을 시작하는 2027년부터 기존 소각장이 철거되는 2035년까지는 2개의 시설이 동시에 운영된다는 점이다. 유해물질 배출량이나 교통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월드컵 파크 8단지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상암동 일대에 서울 서북권의 랜드 마크를 짓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방선거 공약이 쓰레기 소각장이라니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할인마트의 증정용 상품도 아니고 쓰레기장 '1+1'을 주는 시장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30대 이모씨도 "쓰레기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상암동 인근 경기 고양 덕양지구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쓰레기 처리 용량이 늘어나면 쓰레기 운반 차량의 이동 빈도도 높아질 것"이라며 "손자들이 위험한 장소에서 뛰어놀게 할 수는 없지 않냐"고 우려했다.

지역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주민도 있었다.

월드컵 파크 6단지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과거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로 고통을 받아왔던 상암동에 아직까지도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화가 난다"고 전했다.

■기존 소각장의 문제점도 지적

상암동 주민들은 지난달 31일에 서울시의 쓰레기 소각장 신설계획 발표 직후 '마포소각장신설백지화투쟁본부'(투쟁본부)를 조직하고 반대 운동에 들어간 상태다. 시설 운영에 대한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추석연휴인 지난 11일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고 지난 14일에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더불어 투쟁본부에서는 기존 소각장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쇠 파이프와 음식물쓰레기, 각목 등 온갖 쓰레기가 소각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며 "이것을 한꺼번에 태운다면 얼마나 많은 유해 물질이 발생하겠냐"고 말했다.


윤재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자원순환시설추진단장 "쓰레기 운반 차량은 아파트 단지 쪽 도로가 아닌 강변북로 쪽을 이용하기 때문에 악취와 통행 불편 등을 주민들이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며 "쓰레기 소각장 주변엔 노을공원과 하늘공원 등 난지도를 중심으로 한 도시생태공원이 있고 유해물질 배출도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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