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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에 빠지지 말 것, 어차피 세상엔 패자들이 더 많으니깐 [내책 톺아보기]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6 04:00

수정 2022.09.16 04:00

Weekend 문화
번역가 박유미가 소개하는 패자의 생명사
약했기 때문에 공동체 이뤄
살아 남은 호모 사피엔스
더 강한 육체·두뇌 가졌지만
약육강식 위해 충돌하면서
사라진 네안데르탈인
패자의 생명사 이나가키 히데히로 / 더숲
패자의 생명사 이나가키 히데히로 / 더숲
'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태초에 카오스가 있었다. 이어서 넓은 가슴을 가진 대지 가이아가 나타났다. 가이아는 눈 덮인 올림포스 봉우리에 사는 모든 신들의 영원토록 든든한 처소였다. 그리고 넓은 대지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캄캄한 타르타로스와, 불멸의 신들 가운데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에로스가 차례로 탄생했다."

기원전 8세기 경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신통기'에는 천지창조를 이렇게 설명한다.

빅뱅 이론으로 본 우주와 생명체의 기원은 어떨까? 137억년 전, 아무 것도 없는 세계에 우주가 탄생했다.
46억년 전, 깜깜한 우주 공간에 태양이 생기고 지구라는 행성이 탄생했다. 38억년 전, 지구에 생명의 고동이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폭발을 거치며 팽창해서 지금의 우주가 되었다.

이 38억년에 이르는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이상하게도 항상 패자 쪽이었고, 패자들에 의해 생명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멸종된 것은 강자인 승자들이었다.

패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아 생명의 역사를 이어 왔을까?

약육강식의 혹독한 세계인 자연계에서 생물은 서로 돕는 '공생'이라는 전략을 만들어내, 속씨식물이 곤충에게 꽃가루를 주고 꿀을 주었으며 새들에게는 달콤한 열매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베풀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공생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방법이다. 먹고 먹히는 관계가 반복되는 약육강식의 자연계에서 생물은 경쟁하고 싸우면서도 윈윈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경쟁하는 것보다 서로 도운 결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강인한 육체와 두뇌를 가지고 있었지만 왜 멸종하게 되었을까. 왜 호모 사피엔스였던 우리 인간이 살아남아 번성을 이루게 되었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약했기 때문에 무리를 이루며 살았고, 자신의 힘을 보충하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켰다. 그래서 패자였고 약했던 호모 사피엔스가 마침내 네안데르탈인을 누르고 승자가 되었던 것이다.

생명의 역사에는 비켜가기 전략도 있다. 같은 환경에 사는 생물끼리는 치열하게 경쟁해서 넘버원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면, 먹이나 장소가 같아도 서식하는 시기나 시간이 다르면 공존할 수 있다. 다투기보다 마주치지 않고 '비켜 가면' 된다. 이것이 '비켜가기' 전략이다.

자연계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넘버원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자연계에서 넘버원을 나눠가질 수 있다면 공존이 가능하다. 그 장소는 온리원이다.
넘버원이 될 수 있는 장소를 니치라고 하는데, 모든 생물은 자신만의 니치를 가지고 있다. 니치는 그 생물만 존재하는 온리원인 장소다.
즉 모든 생물은 넘버원이면서 온리원인 소중한 존재다.

혹독한 생존 경쟁에서 패자는 어떻게 살아남아 생명을 역사를 이어왔을까. 패자의 생존 전략을 하나씩 밝혀 보자.

박유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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