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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0차원 공허' 활용한 새로운 메모리 기술 발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9 11:20

수정 2022.09.19 11:20

유니스트 물리학과 오윤석 교수팀, 울산대 물리학과 김태헌 교수팀
‘유전율’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 개발
그림1. 산소 빈자리로 만들어진 0차원 공허 주변의 크리스털(결정) 구조 변형. Vo로 표시된 부분은 원래 산소 원자가 위치했던 공간이다. 바륨지르코늄 산화물 웨이퍼 위에서 성장한 티탄산바륨은 사방에서 균일하게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산소 원자가 빠진 빈자리가 생긴다. 이런 0차원 공허 때문에 분자 사이는 기존보다 멀어지며, 다른 원자들과 상호작용한다. 이런 상호작용은 물질의 유전율을 바꾸고, 상호작용에 따라 다양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다양한 상태를 조합하면 다진법 메모리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숫자 0과 1을 조합해서 정보를
그림1. 산소 빈자리로 만들어진 0차원 공허 주변의 크리스털(결정) 구조 변형. Vo로 표시된 부분은 원래 산소 원자가 위치했던 공간이다. 바륨지르코늄 산화물 웨이퍼 위에서 성장한 티탄산바륨은 사방에서 균일하게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산소 원자가 빠진 빈자리가 생긴다. 이런 0차원 공허 때문에 분자 사이는 기존보다 멀어지며, 다른 원자들과 상호작용한다. 이런 상호작용은 물질의 유전율을 바꾸고, 상호작용에 따라 다양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다양한 상태를 조합하면 다진법 메모리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숫자 0과 1을 조합해서 정보를 저장하는 이진법 메모리처럼 A, B, C 등의 상태를 조합해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유니스트와 울산대 물리학자들이 ‘저항 변화’가 아닌 ‘유전율(permittivity)’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유전율은 전기장의 영향을 받아 분극이 일어난 정도를 뜻하는 물리량이다. ‘텅 비어 있는 공간(0차원 공허)’과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제어해 유전율을 다중 상태로 바꾼 독특한 아이디어로 주목 받고 있다.

유니스트(UNIST) 물리학과 오윤석 교수팀은 울산대학교 물리학과 김태헌 교수팀과 공동으로 ‘0차원 공허’와 ‘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이 물질의 유전율 크기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고 또 이런 상호작용을 제어해 유전율이 각기 다른 다중 상태로 제어되는 새로운 메모리(Memory)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기가 안 통하는 물질이라도 전기장에 두면 물질 내부에 무질서하게 놓여있던 전기쌍극자가 정렬한다.
유전율은 그 반응 정도가 얼마나 민감한지 나타내는데, 물질과 공간의 고유한 특성이다. 오윤석 교수는 “유전율은 어떠한 물질도 존재하지 않는 진공에서도 정의할 수 있는 물리량”이라며 “별빛이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을 여행해 지구까지 도달할 수 있는 이유도 유전율로 설명된다”고 밝혔다.

그림2.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륨지르코늄 산화물 단결정과 그 웨이퍼. 0차원 공허를 형성하고 다중 유전 상태를 구현하는 핵심이다. 바륨지르코늄 산화물 단결정을 만드는 기술은 2018년 오윤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이 원천소재기술을 기반으로 교내 벤처 회사를 창업했다. 이 물질의 격자상수는 다른 물질보다 크기 때문에 이 물질을 기판으로 써서 다른 물질을 성장시키면 특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물질보다 격자상수가 작은 물질을 성장시킬 때 사방으로 균일한 힘으로 잡아당기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림2.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륨지르코늄 산화물 단결정과 그 웨이퍼. 0차원 공허를 형성하고 다중 유전 상태를 구현하는 핵심이다. 바륨지르코늄 산화물 단결정을 만드는 기술은 2018년 오윤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해 원천특허를 확보하고, 이 원천소재기술을 기반으로 교내 벤처 회사를 창업했다. 이 물질의 격자상수는 다른 물질보다 크기 때문에 이 물질을 기판으로 써서 다른 물질을 성장시키면 특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물질보다 격자상수가 작은 물질을 성장시킬 때 사방으로 균일한 힘으로 잡아당기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바륨지르코늄 산화물 웨이퍼 위에 티탄산바륨을 성장시키자 사방으로 균일하게 당기는 힘 때문에 산소 원자가 빠진 0차원 공허가 형성됐고, 이 덕분에 다중 유전 상태를 구현할 수 있었다.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강유전체(Ferroelectrics) 박막을 개발해 ‘0차원 공허’를 만들었다. 강유전체는 외부 전기장이 없이도 스스로 분극을 가지는 재료인데, 외부 전기장에 의해 분극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새로운 강유전체 박막은 오윤석 교수팀에서 개발한 새로운 웨이퍼(Wafer) 소재인 ‘바륨지르코늄 산화물(BrZrO₃) 단결정’ 위에 김태헌 교수팀이 ‘티탄산바륨(BaTiO₃)’ 박막을 증착해 만들었다. 이 박막은 기존 티탄산바륨과 전혀 다른 대칭성을 가지는 새로운 강유전체가 된다.

오 교수팀에서 새로 개발한 바륨지르코늄 산화물의 격자상수는 4.189Å으로 기존 웨이퍼들 대비 압도적으로 큰 크기다. 이처럼 압도적으로 큰 격자상수는 티탄산바륨 박막에 ‘0차원 공허’ 즉 텅 비어 있는 공간을 만든다. 이렇게 형성된 0차원 공허와 주변 원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박막 소재의 유전율 크기를 바꾼다.

[연구진] 참여연구진이 UNIST 가막못 앞에서 촬영했다. 앞줄 왼쪽 첫 번째가 김태헌 울산대 교수, 두 번째가 오윤석 교수
[연구진] 참여연구진이 UNIST 가막못 앞에서 촬영했다. 앞줄 왼쪽 첫 번째가 김태헌 울산대 교수, 두 번째가 오윤석 교수

이렇게 변하는 유전율을 메모리 정보에 사용하면 장점이 많다. 저항을 이용하는 반도체 메모리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발열이 없는 메모리 소자 구현이 가능한 것이다. 또 0차원 공허와 주변 원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1과 0만 쓰는 이진법 메모리보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 ‘다진법 메모리’ 구현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0차원 공허 주변에만 형성된 양자 스핀은 양자 정보로도 활용될 수 있다.

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직접 개발한 소재 기술 덕분에 0차원 공허가 주변 원자 분극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고 체계적으로 제어해 새로운 유전율 메모리 소재를 구현할 수 있었다”며 “이를 활용하면 전통적인 반도체 소재와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메모리 소재나 소자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응집물질 물리학 분야에서 세계 2대 저널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지난 9월 7일 자로 공개됐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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