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현장스케치]"실리콘밸리는 실패 인정해준다" 실리콘밸리 디지털 유니콘·스타트업 간담회 가보니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19 16:52

수정 2022.09.20 01:51

"실패로 끝내지 않고 시행착오로 성공 일궈" 성공공식 공유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이영 중기부 장관 참석
실리콘밸리 현지 의견 청취하고 즉석에서 해법 내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이 영 중소밴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한국이노베이션센터(KIC) 실리콘밸리 사무소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디지털 유니콘·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이 이 영 중소밴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한국이노베이션센터(KIC) 실리콘밸리 사무소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디지털 유니콘·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실리콘밸리에서는 너드(Nerd·한 곳에 몰두하는 괴짜)가 많이 나와 혁신이 이뤄진다. 한국에서의 거만함은 여기서 겸손하게 여겨진다. 이런 문화적 차이를 생각해서 한국인들이 여기에 나와서 거만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한국인들이 성공한다" (기업용 모바일 채팅 메신저 '샌드버드' 김동신 대표)

"실리콘밸리에서 유대인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서로 돕는다. 오늘날의 구글과 페이스북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국 정부도 한국인 창업자에 대한 범위를 넓혀달라. 그것이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계 캐피털 스트롱 벤처스 남 존 대표)

18일(현지시간) 오후 4시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위치한 한국이노베이션센터(KIC) 실리콘밸리 사무소. 한국과 한국 스타트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도권을 잡고 성공하기 위한 '실리콘밸리 디지털 유니콘·스타트업 현장 간담회' 토론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실리콘밸리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전달하면서다. 이날 간담회에 초대된 16명의 스타트업 대표들과 학생, 교수까지 실리콘밸리의 한국 플레이어들은 실리콘밸리 현지의 분위기를 비롯해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 실리콘밸리까지 뻗친 한국의 규제까지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이종호 장관 "반도체 팹리스 반대말 팹센트릭 어떤가"
참석자들은 "한국 스타트업 스스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춰야 한다.", "실리콘밸리만의 룰을 찾아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이스라엘은 내수시장이 작아 해외로 눈을 돌릴수 밖에 없는데 한국도 해외 진출해서 성공할 수 있는 기업과 업종이 있는 만큼 정부가 그런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해야한다는 의견도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협업을 선언한 반도체 분야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김동욱 테슬라 개발팀장은 "10년전에 미국기업이 사용했던 비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산이었고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중국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미국 반도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의 한 반도체 기업이 그 위기감으로 가격을 낮췄다며 중국의 무서운 반도체 기세를 설명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과기정통부 이 장관의 반짝 제안도 화제가 됐다. 근적외선 이미지 센서 개발업체인 스트라티오의 이재형 대표가 "반도체의 모든 사업이 팹리스로 정의되는 수준이다. 팹리스의 반대말을 만들어주면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즉석에서 '팹센트릭(팹 중심)'는 어떠냐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대한 한국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더밀크 손재권 대표는 "오징어게임이 증명하듯 한국,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미국 시장을 파고드는데 과거와 다른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리콘밸리는 글로벌 연구개발센터다. 자본 투자 외에도 전략적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 장관 "규제완화 하고 해외 자본 유치할 것"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과기정통부 이 장관과 중기부 이 장관은 이들의 얘기를 꼼꼼히 메모하고 경청하면서 일일히 피드백을 내놨다. 중기부 이 장관은 자신의 사업가 시절을 얘기하며 간담회에 참석한 스타트업 대표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그는 스타트업을 위해 한국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에서는 해외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요즘 반려견 반려묘에 대한 화장 수요가 많은데 이것이 조폭 범죄에 쓰일 수 있어서 관련 산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해묵은 규제를 타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암방사선도 부작용이 있지만 암치료에 쓰이는 것처럼 스타트업에 필요한 규제를 없애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 이 장관은 "ICT(정보통신) 강국인 한국의 DNA를 가진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다가올 디지털 시대가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다"며 학자의 식견으로 해법도 제시했다. 이 장관은 "아이디어성 벤쳐보다 딥테크(과거에는 실현불가능했지만 오늘날에는 조금이나마 실현이 가능한 기술)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한국이 실리콘밸리를 공략하고 전략적으로 이곳에서 스타트업을 키운다면 딥테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 장관의 설명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한국이노베이션센터(KIC) 실리콘밸리 사무소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디지털 유니콘·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홍창기 특파원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한국이노베이션센터(KIC) 실리콘밸리 사무소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디지털 유니콘·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홍창기 특파원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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