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은행 가운데 한 곳인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이 직원들의 스트립 클럽 이용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회사 공식 행사 뒤 부서가 단체로 스트립 클럽을 이용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선임들의 압력으로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강제로 동행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금융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직원들의 밤 유흥에 대해 은행들이 칼을 뽑아 들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관행
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산탄데르가 지난 2월 영국 지사의 글로벌 채권자본시장 부문 팀이 회의 뒤 함께 스트립 클럽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법무법인을 고용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영국 지사의 부서 회의가 끝난 당일 밤 이 팀의 남자 직원 7명이 런던 알드게이트의 한 스트립 클럽을 단체로 이용했다. 선임 직원 3명과 주니어 직원 4명이 스트립 클럽을 찾았다.
이 스트립 클럽은 '낙스헤드 젠틀멘스클럽'으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트립 클럽 가운데 하나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스트립 클럽을 직원들이 단체로 방문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주니어 직원들이 선임들의 압력을 받아 반강제로 스트립 클럽에 함께 갔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산탄데르가 내부 감사팀을 놔두고 법무법인을 고용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은 스스로 이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조차 잘 모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자 직원들이 단체로 스트립 클럽을 찾는 일은 불과 10년전만 해도 일종의 관행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고, 회사가 이같은 변화에 아직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금융산업의 낡은 기준이 새 기준으로 바뀌면서 이같은 관행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회사가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해 법무법인에 조사를 맡겼다고 말했다.
한 산탄데르 직원도 스트립 클럽 단체 방문 같은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은행도 이런 관행을 잘 알고 있다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이 문제가 거론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 로펌 고용
산탄데르는 지난 여름 미 법무법인 깁슨던을 고용해 감사에 착수했다.
깁슨던은 지금까지 사건 연루자 최대 15명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7명은 스트립 클럽 방문자들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깁슨던은 주니어 직원들이 상사들로부터 스트립 클럽 방문에 관해 명시적인 압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냈다.
사건 관련자 가운데 해고당한 직원은 아직 없다. 그날 밤 스트립 클럽을 주관한 책임자급 직원이 징계를 받은 것이 유일하다.
반면 도이체방크는 연초 스트립 클럽을 방문해 밤을 보낸 뉴욕 지사 직원들 4명을 회사 규정 위반으로 해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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