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개월째 하락세, 시총 1000억 위안 기업 4개로 줄어
-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도 800억 위안 또 투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반도체 수요가 많은 산업의 부진과 업체 전략 부족, 경쟁심화 등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 주가가 고점대비 최대 70% 이상 하락했다.
21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A주(본토 증시)에서 지난 19일 종가 기준 SMIC는 2%, 쯔광궈웨이 2.5%, 싼안광디엔 4.4%이상 각각 떨어졌다. 또 내셔널 실리콘 인더스트리 그룹은 2.9%, 중미반도체는 5.5% 내려갔다.
현재 A주에서 시가총액이 1000억 위안 이상인 반도체 그룹은 4곳에 불과하다. SMIC가 3000억 위안 이상으로 1위이고 이어 베이팡화창 1680억 위안, 쯔광궈웨이 1320억 위안, 웨이얼반도체 1000억 위안 등이다. 중국 발광다이오드(LED) 1위 업체 싼안광디엔의 시총은 1000억 위안 아래로 추락했다.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토종 반도체 업체들에게 대규모 지원책을 펼쳤고 수많은 기업들이 상장에 성공했다. 팡정증권연구소 과학기술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한 때 시총 1000억 위안 이상 반도체 기업은 15곳에 달했다.
그러나 주가는 8개월째 내리막이다. 한우지과기, 벨리실리콘홀딩스, 내셔널 실리콘 인더스트리그룹, 줘성웨이 등은 주가가 고점에서 70%이상 떨어졌다. SMIC, 중웨이반도체, 원타이과기, 웨이얼반도체, 거커웨이, 리앙웨이의 하락 폭은 60%를 넘었다. 창덴과기, 란치과기, 쟈오이창신, 화룬웨이, 시란웨이 등 역시 최고가보다 50% 이상 내려왔다.
한우지과기의 경우 2020년 상장 당시 시총은 1000억 위안을 돌파했으나 현재 280억 위안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 업체는 올해 8월 중순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24.06% 늘었지만 적자금액은 60% 가까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체의 쇠퇴는 다운스트림 제품 수요 부진뿐 아니라 업체 자체의 포지셔닝과 전략 문제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반도체 대량 사용 산업인 휴대폰 시장에 불황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카메라 반도체 등 관련 업체의 성장도 둔화됐다.
한 애널리스트는 제일재경에 “한우지과기는 줄곧 자신의 위치를 바로 잡지 못했다”면서 “중국의 앤비디아가 되려면 기업의 포지셔닝과 전략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시장은 향후에도 성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국 분석업체 IT쥐쯔에 따르면 2020~2021년 자국 반도체 기업 투자액은 2000억 위안이 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800억 위안에 육박했다. 지난달에는 대기금(중국 국가 반도체 펀드)이 지분을 갖고 있는 토종 메모리반도체 업체 장보룽이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기업공개(IPO)를 통해 3억65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싱투금융연구소 푸이푸 선임연구원은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는 국가 자금의 중요한 방향이 될 것이고 핵심 기술은 항상 해결해야 한다”면서 “물론 과잉투자는 경계하고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해 1~8월 중국에서 사상 최대인 3470개의 반도체 관련 회사가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사정당국은 대기금과 관련해 지금까지 7명의 고위직을 조사하고 있다.
SCMP는 “이러한 반도체 회사의 폐업 물결은 중국 당국의 반도체 자립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반도체 분야에 엄청난 투자가 진행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중국의 반도체 자립 드라이브가 덜컹거리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