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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대출상환 유예… "이자폭탄 쌓이는데" 속타는 은행들 [점점 커지는 부실 위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0 18:08

수정 2022.09.20 18:08

코로나대출 만기 5차연장 가닥
은행 자체 취약차주 구제책 시행
일부 악성대출 전면 탕감 결정도
고금리에 이자 불어 연체 늘어나
한계기업 도산 등 부실폭탄 우려
또다시 대출상환 유예… "이자폭탄 쌓이는데" 속타는 은행들 [점점 커지는 부실 위험]
"은행이 무슨 폭탄창고도 아니고, 코로나 대출지원에 취약차주 빚 탕감까지 위험한 건 다 맡기는 것 같습니다. 정권 끝날 때까지 종료 안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어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 대출 상환유예가 또 한 번 연장되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은행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취약 고리들은 초저금리 연장이나 탕감 등으로 끊어둔 터라 당장 위험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질지 답답해하고 있다. 특히 10월부터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모든 취약차주가 대상이 되는 새출발기금도 시행되고, 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휘청이는 한계기업들은 도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언제 부실로 번질지 시름이 깊다.

■"공식 연장 안 돼도 사실상 연장 분위기"

2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은행들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의 5차 연장에 대해 금융당국과 어느 정도 입을 맞춘 분위기다.
한 은행권 담당자는 "대출 만기연장이 종료되더라도 '자율적 조치'를 통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지원에 나설 예정이었다"면서 "이번 연장조치도 예전처럼 모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취약차주 중심으로 지원대상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내부에서도 취약차주 관련 부서와 여타 부서 간 이견으로 차라리 정부가 만기연장을 공식화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은행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취약차주 구제책을 시행하고 있어 연장 자체에 대해서는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BNK부산은행 등 일부 은행은 부실의 고리가 될 수 있는 악성대출에 대해 전면 탕감을 결정했다.

앞서 정부는 이달 말 금융지원 조치가 공식 종료되더라도 차주가 신청할 때 금융권이 최대 95%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 해주는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도 안 되는 경우엔 새출발기금으로 흡수해 구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금리·환율·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연장해달라고 금융위에 요청했다.

■'문제는 이자' 빚폭탄 째깍째깍

지금 은행권이 걱정하는 진짜 문제는 이자부담이다.

최근 금리가 급등해 채무자들이 갚아야 할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연체사례들이 슬슬 생기고 있어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보통은 대출연체 통보가 가면 하루이틀 내 어떻게든 갚겠다고 하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에는 대출연체에 심지어 파산을 택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이든 기업 대출이든 연체율이 낮게 유지된 이유는 저금리 영향이 컸다"면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이자부담이 크게 가중돼 결국 부실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은행들이 회의 때마다 제일 위에 올리는 위험요인이다.
최근 한 연구기관은 우리나라 한계기업이 코로나19 기간 24%가량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출만기 연장 등으로 인해 지연된 기업 부실이 세계 경기둔화와 긴축 기조 여파로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경제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리스크 담당임원은 "코로나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도 문제이지만 최근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한계기업이 생기는 속도가 빨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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