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위축 여파가 길어지면서 D램 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올해 3·4분기 D램 매출이 1년 전보다 38% 급감하는 등 하반기 뿐 아니라 내년까지 D램 겨울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7월 22일 기준 D램 시장의 글로벌 매출은 전월 대비 21% 하락했다. D램 매출은 지난 5월 39% 증가했지만 6월 36% 급감하며 두 달 연속 역성장을 나타냈다.
전세계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가전·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수요가 급감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세트(완성품) 업체들이 기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D램 주문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D램 업황 부진이 내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의 비트 단위 수요 증가율을 8.3%로 예상했다. 연간 D램 수요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것은 처음으로, 같은 기간 D램 공급 증가율(14.1%)을 크게 밑돌아 재고 급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1Gb*8)의 8월 고정거래가격은 2.85달러로, 지난해 7월(4.1달러)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IC인사이츠는 올해 3·4분기 글로벌 D램 매출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D램 업황 부진은 4·4분기에 이어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수요 부진 장기화로 메모리반도체 시장 강자인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3.5%의 점유율(매출 기준)로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27.4%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IC인사이츠는 올해 3·4분기 삼성전자가 전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에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타이틀을 내줄 것으로 내다봤다.
키움증권 박유악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3·4분기 실적이 당초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경기 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수요 둔화가 고객들의 강도 높은 재고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어 메모리 반도체의 출하량과 가격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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