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ARM 인수를 논의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인수도 가능하지만, 독과점 우려와 높은 몸값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동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이 귀국하며 지배구조 개선 등 산재한 국내 현안 해소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21일 오후 멕시코, 파나마 등 중남미에 이어 캐나다를 거쳐 영국까지 둘러보는 2주간의 장기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했다. 출장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번 출장의 주요 목적은 오지의 어려운 환경에서 회사와 우리나라를 위해 정말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우리 임직원들을 격려하러 간 게 주 목적이었다"며 "(대통령) 특사로 임명받아 런던에 가려고 했는데 여왕께서 돌아가셔서 일정이 바뀌었다. 존경하는 여왕 장례식에 참석은 못 했지만 같은 도시에서 추모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인수합병(M&A)설이 도는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 ARM 경영진과 회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ARM 경영진과 회동은 안 했다"고 했다. 다만, "다음 달에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올 텐데, 아마 그때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독보적 지적재산(IP) 판매 기업이다. 삼성이 ARM을 인수하면 반도체 업계 판도를 단숨에 바꿀 수 있다. ARM의 지분 75%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보유하고 있고, 25%는 비전펀드의 자회사가 가지고 있다.
ARM은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애플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엔비디아(NVIDIA)가 인수하려 했지만 독과점을 우려한 영국 당국의 견제로 무산된 바 있다. 이에 ARM은 2022년 초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ARM의 몸값은 400억달러(약 55조원)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현금 보유액이 120조원에 달해 단독 인수는 가능하지만, 여러 자회사와 해외 법인들에 분산돼 있는 만큼 높은 가격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선 공동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도 컨소시엄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초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해외 매체에서는 펫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 5월 이 부회장과 서울에서 만나 인수전 공동 참여를 요청했을 거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 금액으로 보거나, 독과점 문제를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ARM을 단독 인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더라도 경쟁사들이 삼성전자 위탁생산을 껄끄러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귀국으로 △회장 취임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 △지배구조 개편 등 현안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복권으로 경영 참여가 가능해지며 회장 취임이 가능해졌다. 연말 사장단 인사를 고려해 11월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전후해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22~23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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