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 가스관을 통한 중국에 대한 가스공급을 일주일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타스통신 등 외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스프롬 측은 예정된 점검 작업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비쳐진 미묘한 양국의 기류 변화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가스프롬은 최근 독일에 대한 가스 공급도 ‘점검’을 이유로 완전 중단한 바 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가스프롬은 이날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의 예정된 점검 작업을 위해 오는 22일부터 29일까지 중국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과의 계약에 따라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정기 점검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 2000㎞가 넘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는 2019년 12월부터 동시베리아 최대 규모인 차얀다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에 공급된 가스 양은 2020년 41억㎥, 2021년 104억㎥이다. 올해는 200억㎥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프롬이 가스공급 중단에 대한 이유로 ‘예정된 점검 작업’을 내세웠으나,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중국이 우려를 표시한 것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최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진행한 비공개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스프롬은 최근 독일에 대한 가스 공급도 ‘점검’을 이유 삼아 완전 중단한 바 있다. 앞서 가스프롬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점검을 위해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 스트림-1′의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으나, 점검 완료 하루 전날인 지난 2일 갑자기 누출을 발견했다면서 독일에 대한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했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 중동 등에서 천연가스를 도입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의 서유럽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가 중국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러시아가 가스를 ‘지렛대’ 삼아 중국을 압박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가스프롬도 “가스관 가동 중단은 계약에 따라 매년 봄과 가을 실시하는 점검의 일환”이라며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4일에도 점검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