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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美측 인터뷰 일방적 취소한 이유 "히잡 왜 안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3 08:59

수정 2022.09.23 08:59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자 크리스티안 아만푸어가 텅 빈 의자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다./사진=크리스티안 아만푸어 트위터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자 크리스티안 아만푸어가 텅 빈 의자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다./사진=크리스티안 아만푸어 트위터
[파이낸셜뉴스]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앉아 있어야 할 의자는 텅 비어 있었고,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다. 라이시 대통령이 히잡 착용 요구를 거절한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와의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CNN의 자사 유명 앵커이자 국제전문기자인 크리스티안 아만푸어는 뉴욕에서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라이시 대통령과 인터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만푸어가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 라이시 대통령 측 인사가 히잡을 쓰라고 대통령이 요구했다는 사실을 전했고, 아만푸어는 거절했다. 이에 라이시 대통령은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아만푸어는 텅 빈 의자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는 자신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사진과 함께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란에서 시위가 계속되고 시민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인터뷰가 진행되었더라면) 라이시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최근 이란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만푸어는 이란에선 보도 활동을 하는 동안 현지 법률과 관습을 따르고자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론인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이란 바깥 지역에서 이란 관료와 인터뷰를 할 때는 머리를 가릴 필요가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곳 뉴욕이나 이란 이외의 곳에서 나는 어떤 이란 대통령으로부터도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나는 1995년 이후 그들 한 명 한 명을 모두 인터뷰했고, 이란 안이나 밖에서 머리 스카프를 쓰라는 요청을 받은 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게 필요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나 자신, 그리고 CNN, 여성 언론인들을 대신해 (라이시 대통령의 요청을) 매우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이란 율법에 따르면 이란 내에서 모든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가리고 꽉 끼지 않는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한다. 이 법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시행됐고, 관광객이나 정치인, 언론인 등 이란을 찾는 모든 여성에게도 의무다.

한편 앞서 이란에서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사건이 발생해 항의 시위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이에 이란 치안 당국이 시위대에 발포하며 10대 소년을 비롯한 10명이 숨졌고, 10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이 히잡을 불태우는 등 시위는 격화하고 있고 수도 테헤란까지 시위가 번지자 당국은 주요 도시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미 백악관은 이 사건을 '인권에 대한 끔찍한 모독'이라고 비난하였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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