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모녀지간’ 집착도 스토킹...싫다는 딸 찾아간 母, 벌금 300만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3 14:31

수정 2022.09.23 15:38

[촬영 이충원]
[촬영 이충원]
[파이낸셜뉴스]
가족끼리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스토킹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딸이 만나길 거부하고 연락도 피하는 상황에서 주소를 알아내 찾아간 엄마가 벌금형 판결을 받은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정철민 부장판사)은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주거침입 혐의를 받은 40대 A씨에게 지난달 15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하도록 명령했다.

앞서 A씨는 독립해 따로 살던 자신의 딸 20대 B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리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평소 A씨의 폭언에 시달린 딸은 집을 나와 따로 살게 되면서 가족에게 집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고 연락을 끊었지만, A씨가 결국 딸의 주거지를 알아내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이혼한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이를 딸에게 전하기 위해 딸을 찾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 8일 오후 10시55분께 딸의 거주지인 서울 은평구 한 오피스텔에 배달기사를 따라 들어가는 방식으로 공동현관문을 통과했다. 그는 딸의 집 현관문 앞에서 약 1시간 7분간 초인종을 누르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또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할 얘기가 있다', '집안에 있는 것 다 안다' 등 고성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주일 후인 12월15일 오후 8시50분쯤에도 딸의 집에 찾아가 38분간 현관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라고 한 뒤 '아빠가 돈을 주지 않는다', '아빠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취지로 편지 7장을 문틈에 끼어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해 1월 A씨에 대해 벌금형 약식기소했으나, A씨의 요구로 정식재판이 열렸다.

A씨 측은 법정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은 딸이 걱정되는 등의 정당한 사유가 있었고, 일주일 간격으로 단 2회에 걸쳐 이 같은 행동에 이르렀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한 것 아니다"라고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가 딸이 걱정돼 찾아간 행동은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다는 취지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폭언 등으로 모녀지간에 불화가 있었고,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스토킹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9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피해자에게 폭언 전화나 문자를 보냈고, 피해자가 주소와 연락처를 변경하고도 이를 알려주지 않는 등 A씨도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영향 이유를 설명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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