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역사환경부, 관광지 안내원 '중립 단어' 사용 강제
지식인들 강도 높은 비판…"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탁상 행정"
역사환경부 측, 억압 아닌 대안 제시라며 강행 입장 밝히기도
![[서울=뉴시스] 스코틀랜드 역사환경부가 관리하는 에든버러 성의 전경, 최근 스코틀랜드 역사환경부가 여행 안내원들에게 '엄마', '아빠' 등의 '차별적 표현'을 쓰는 것을 금지했다고 영국 더 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2.09.23.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2/09/23/202209231641463508_l.jpg)
【서울=뉴시스】정희준 인턴 기자 = 스코틀랜드 역사환경부(HES)가 관리하는 여행지에서 일하는 안내원들에게 '엄마', '아빠'와 같은 표현은 차별적이라고 교육하면서 단어 자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더 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애든버러 성을 포함한 수백 개의 명소를 관리 중인 스코틀랜드 역사환경부는 안내원들에게 '엄마 아빠' 대신 '보호자', '신사 숙녀' 대신 '어른', '소년 소녀' 대신 '친구들', '아들 딸' 대신 '아이들', '가족' 대신 '동반자' 등의 단어를 사용할 것을 지시했다.
역사환경부 측은 엄마, 아빠 등 표현이 성에 대한 고정 관념을 야기한다. '가족' 역시 결손가정을 배려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역사환경부는 해당 지시와 함께 "모든 개인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입장문 발표 이후, 각 계층의 지식인들은 비판 의견을 속속 내놓고 있다.
스코틀랜드 기독교 연구소의 사이먼 캘버트 부소장은 "이들은 조지 오웰의 1984('빅 브라더'에 의해 통제받는 사회를 그린 소설)를 그대로 따라가려 하고 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사이먼은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표현들은 결코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이먼 부소장은 "물론 중립적 단어 사용의 확장은 중요한 사항이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엄마', '아빠', '가족' 등과 같은 단어들을 지키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이먼은 "중립적 단어를 널리 사용하는 것과 특정 단어를 강제로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엄연히 다른 영역의 문제이다"라고 못 박았다. 또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이념적 올바름을 추구한다는 미명 하에 특정 용어를 금지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보수당 소속 레이철 해밀턴 또한 해당 지침을 "의도만 좋은 상식 밖의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레이철은 "해당 지침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일 뿐이며, 스코틀랜드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들을 옥죄는 일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연일 쏟아지는 강도 높은 비난에 스코틀랜드 역사환경부 측은 "새로운 지침은 어떤 표현도 금지하지 않고 있다. 다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안내원들이 무심결에 관광지에 방문한 한 개인의 정체성을 단정 짓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라며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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