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재계약 불가’ 의혹 불거지자
道 "97명 중 52명은 연장" 밝혀
계약 종료 45명 중 만기 13명뿐
정권 교체마다 임기제 희생 반복
해고 시 정당한 이유·절차 필요
道 "97명 중 52명은 연장" 밝혀
계약 종료 45명 중 만기 13명뿐
정권 교체마다 임기제 희생 반복
해고 시 정당한 이유·절차 필요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경기도가 모든 임기제 공무원에 대해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지 일주일(본지 2022년 9월 18·21일자)이 지났다.
그동안 모든 임기제 공무원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재계약자 숫자'만이라도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경기도는 일절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21일 민선8기 처음 진행된 도정질의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민의힘 김정영 의원(의정부1)의 질문에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이런 문제는 도의원이나 도지사 정도는 돼야 묻고 답할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김 지사는 경기도가 모든 임기제 공무원들에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는 의혹에 대해 "팩트에 오류가 있다"며 "올해말 기준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97명 가운데 52명이 임기연장 됐다"고 말했다. 반면, "재계약 불가 임기제 공무원은 모두 45명으로, 이 가운데는 5년 근무 기간이 만료된 13명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당초 모든 임기제 공무원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내용과 달리, 모든 임기제 전체에 '재계약 불가'통보를 한 것은 아니라는 팩트가 확인된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김 지사가 주장한 '팩트 오류'는 분명하다.
하지만 재계약 숫자가 공개됐다 하더라도 비정상적이고 불공정한 문제까지 해명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팩트체크를 통해 임기제 공무원들의 해고 문제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펴 본다.
■불공정한 32명 '일방적 해고 통보'
먼저,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임기 5년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이번에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32명이다.
앞서 계약 해지된 45명 가운데 임기 5년이 끝난 13명을 제외하면, 채용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계약 해지 된 임기제 공무원은 모두 32명이라고 볼 수 있다.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이 가운데 통상적으로 평가 점수가 낮아 계약이 해지된 경우도 있다"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더 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와글와글에는 본인의 얘기들을 일반화 시킨 부분이 아주 많다"며 "모든 임기제 공무원들이 떨고 있다. 이런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32명이 결코 작은 숫자라고는 할 수 없다.
1명이라도 불공정하고 비정상적으로 계약이 해지 됐다면 잘못된 일이다. 분명 32명에 대한 계약 해지는 그동안의 방식과는 달랐다.
■'임기제 자리 모으기'의혹
비정상적이고 수상한 문제는 또 한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오는 11월에 계약이 해지 되는 임기제 공무원들이 있을 경우 약 2개월 전인 9~10월부터 공고를 통해 대체인력을 채용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에는 그 해당 공고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32명의 자리가 비워 진 뒤에도, 그 자리는 일정 기간 공석으로 남겨진다는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조직개편 완료되는 연말까지 약 2개월 정도 공석이 될 예정이며, 이후 공고를 통해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사이 '해당 자리가 꼭 필요한 자리 인지' 또는 '일반 공무원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지금의 직원이 능력이 있는지(능력검증)' 등 임기제 공무원에 대해 김 지사가 이야기했던 생각과 평가가 반영돼 존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2개월이라는 시간을 통해 '임기제 자리를 모으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 마련된 임기제 자리는 또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까.
어쨌든 계약 해지 이후 절차도 그동안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불공정한 계약 해지는'해고'
이번 임기제 공무원들의 재계약 불가 논란의 핵심은 32명의 직원들이 비정상적이고 불공정하게 '해고'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임기제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지의 문제와는 별개다.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점령군처럼 밀려들어 온 임기제 공무원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적으로 관계가 없는 임기제까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지나쳐 보인다.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자리를 빼앗아 외부인들과 함께 경쟁하라는 것은 공정한 처사가 아니다.
우리는 새롭게 선출된 도지사의 도정 철학과 가치관을 함께 할 수 있는 특별한(?) 임기제가 필요하다는 현실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정치적으로 필요한 자리를 만드는 데 아무 관계가 없는 임기제 공무원이 희생되는 것에는 공감할 수 없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은 필수적이며 "해고는 살인이다"는 상징적인 표현이 있는 것 처럼, 직장에서 해고될 때는 정당한 이유와 절차가 있어야 한다. 임기제 공무원들은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에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임명권자에 결정에 좌우되는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해고 절차는 공정해 야 한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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