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3년 전 미스터리하게 사라진 김규리씨(가명) 실종 사건이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재조명됐다.
지난 24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실종된 김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방송에 따르면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미술을 전공하고 부산의 한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 업무를 해온 김씨가 조금씩 달라진 건 2017년부터였다.
김씨는 말없이 늦은 시간에 귀가하고,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간섭하지 말라고 했다. 이윽고 2017년 11월 "성인이 돼서 내가 마음대로 결정할 것이 없다는 게 화가 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신분증, 통장을 모두 챙겨 집을 나갔다.
이에 어머니 박모씨는 딸이 걱정되는 마음에 딸의 계좌로 50만원을 송금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가출 전인 11월 7일 특정금전신탁 5000만원 환매, 은행 거래 계좌 일괄 해지 후 1억원이 넘는 잔액을 모두 찾아간 것이 확인됐다.
이후 김씨의 연락이 끊기자 가족들은 해운대 경찰서에 김씨에 대한 실종 신고를 했다. 가족들은 김씨로부터 "서울과 강원도에서 지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으나, 김씨 위치 추적 결과 집에서 멀지 않은 기장군에 머물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5개월 뒤인 지난 2018년, 김씨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돌연 어린 시절 당한 차별과 학대를 보상하라며 어머니 박씨를 상대로 15억원의 손해배상 고소를 했다. 결과적으로 증거 불충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김씨는 부모에게 당한 자신의 피해를 알리고자 언론사들에 제보까지 했다. 이때 김씨는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 정체 모를 남성과 동행했다. 이 남성은 인터뷰 전후 김씨에게 "그 이야기도 말씀드려라", "친모가 잔머리가 비상하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이끌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의 정체는 김씨가 가출하기 6개월 전 선을 통해 만났다는 홍모씨였다. 가족들은 김씨의 첫 번째 실종신고 당시 확인된 위치가 홍씨가 거주하던 지역과 일치하고, 2019년 김씨가 마지막 생존반응을 보인 곳도 홍씨가 거주하던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씨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 금융거래는 2019년 1월 홍씨에게 210만원을 입금하고, 5일 후 80만원을 고시텔에 보낸 것이었다.
김씨가 가출 전 인출한 1억원과 가출 후 대출받은 돈 모두 홍씨의 계좌로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또 홍씨의 카드로 이민 가방이라 불리는 커다란 여행 가방 3개를 구매한 흔적도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홍씨는 "가족 관계 때문에 고통을 겪던 김씨에게 호의를 베풀었을 뿐"이라며 "그 일 때문에 김씨 실종 후 경찰의 강압수사까지 받아야 했다"고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김씨의 부탁으로 자신의 빌라에 머물게 했을 뿐, 동거한 적이 없다"며 "현금을 맡아주는 대신 신용카드를 빌려줬다. 가방은 김씨가 구매했고, 마지막 통화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씨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하고 싶은 것도, 알고 있는 것도 없다고 취재진을 돌려보냈다.
한편 김씨는 2019년 1월 이모에게 "연락처를 바꿀 것"이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사라졌다. 김씨는 실종되기 전 통화패턴(유형)에서도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그는 1분 내외의 짧은 통화만 했고, 대부분의 연락이 문자로 이뤄져 경찰 측은 이것이 실제 김씨의 통화 내역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1분 이상의 발신 내역은 홍씨와의 통화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전문가는 "의도적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함이거나 제삼자가 중간에 개입해 자연스럽지 않은 통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현재 경찰은 사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가족들은 "시신이든 흔적이든 찾았으면 한다"며 경찰청에 수사 재개를 요청했고, 이에 부산 지방 경찰청은 강력범죄 수사대에 이 사건을 배정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검토하고 수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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