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의수'로 써내려간 찬송가… 256m 화선지에 담은 삶의 기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6 18:01

수정 2022.09.26 18:01

찬송가 645장 필사한 석창우 화백
"성경 필사때처럼 선 채로 천천히 써
온몸에 땀 줄줄 흘러도 행복한 시간
이후엔 성경말씀 그림으로 그리고파"
석창우 화백
석창우 화백
마가복음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말씀을 수묵채색화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
마가복음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말씀을 수묵채색화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
"늘 찬송 속에 살았습니다. 필사를 하지 않는 순간에도 머릿속에 찬송가가 맴돌았죠." 최근 성경 필사에 이어 찬송가 필사를 끝낸 '양팔 없는' 석창우 화백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돌이켰다.

석 화백은 지난 5월 기독교 새찬송가를 틀어놓고 텍스트를 보면서 필사를 시작했다. 645장을 다 쓰는데 46cm×25m 두루마리 화선지 10개를 사용했고 6m를 더해 그 길이는 256m에 이르렀다. 그는 "성경 필사를 할 때처럼 선채로 천천히 썼다"며 "좌로 50cm 정도만 써도 가슴과 등에 땀이 줄줄 흘렀다"고 말했다.
"크로키 퍼포먼스를 할 때는 단시간에 아무리 빨리 움직이며 온힘을 다해도 땀이 나지 않는데, 성경이나 찬송가를 필사하면 땀이 난다"며 "지난 여름, 땀으로 목욕한 적이 많지만 기분은 상쾌했다"고 돌이켰다.

전기기사였던 석 화백은 1984년 2만2900V 전기에 감전돼 두 팔을 잃었다. 미술에 재능이 있는지조차 몰랐던 그는 팔 없는 아빠에게 그림을 그려달라는 철부지 아들 덕분에 새 삶을 선물 받았다. '수묵 크로키' 화가로 제2의 인생을 연 그는 2014년 소치동계패럴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폐회식에서 '수묵 크로키 퍼포먼스'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시와 퍼포먼스는 2010년부터 꾸준히 해왔다. 미국, 프랑스를 포함해 개인전 46회, 제8회 취리히 아트페어 등 그룹전 270여회를 열었다. 퍼포먼스도 국내외에서 200여회 펼쳤다. 지난 7월에는 애스턴 마틴 DBX707 출시 행사를 겸한 패션쇼에서 '크로키 퍼포먼스'를 펼쳤고, 최근에는 가수 김호중의 전시회 '별의 노래' 참여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석 화백은 지난 2015년 "환갑을 맞아 내 인생을 돌아보니 손 있어 산 30년보다 손 없이 산 30년이 행복했더라"며 "하나님께 보답하게 위해 남은 생애 성경 필사를 결심했었다"고 돌이켰다. 그렇게 그는 지난 2021년까지 6년7개월간 신약과 구약 성서를 필사했다.
이달 찬송가 필사를 마친 그는 현재 카톨릭 성가를 필사 중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또 무엇을 할까? 다시 성경이다.
"성경 필사하면서 특별히 와 닿는 말씀을 따로 체크해뒀어요. 그 말씀을 소재로 나만의 그림을 그릴 계획입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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