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하 김예원 기자 = '자해 일기, 자해계, 청산가리 판매'
트위터에는 이처럼 극단적 선택을 유도하거나 동참을 요청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나이나 자해경력 등을 소개하고 극단선택을 같이 할 사람을 모집하는 글도 눈에 띈다. 심지어 이를 위한 약물 등을 판매한다는 광고글도 여럿 발견됐다.
유튜브에는 유튜버들이 극단선택을 시도한 뒤 남기는 '후기 영상'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영상에는 자신의 극단선택 시도 방법이나 자해 경험 등을 생생하게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런 글들은 모두 '불법'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토킹 방지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자살예방법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만나 극단선택을 시도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극단선택 유발·유해정보 너무 쉽게 '공유'…실제 사례도 다수
27일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SNS 등에는 여전히 극단선택을 부추기거나 돕는데 활용되는 정보인 이른바 '자살유발·유해정보'가 쉽게 발견된다.
지난 2019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 제정으로 해당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같은 정보 유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지난 6월 한 달간 자살유발·유해정보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이른바 '집중클리닝'을 실시한 결과 신고받은 자살유발·유해정보 4만1505건 중 97.3%(4만382건)가 SNS에서 발견됐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글들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7시30분쯤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 1명과 30대 여성 2명이 숨져 있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혼자 사는 아들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집을 찾아온 남성의 어머니에 의해 발견됐다. 숨진 지 2~3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들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6월7일에는 경기 용인시에서 인터넷 카페에서 처음 만난 남녀 3명이 승용차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그중 20대 여성 A씨만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은 같이 있던 30대 남성 2명을 자살방조 등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OECD 자살률 1위지만 대책 미흡"…적극 제재해야
전문가들은 모방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현 건국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주위에 극단선택에 대한 소식이 많이 들릴수록 모방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증명되고 있다"며 "국내 포털에서는 모니터링이 잘 되고 있지만 해외 SNS에는 미흡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OECD 국가 중에서 매년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유해정보를 모니터링하는 예산 등 지원이 적다"며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SNS 업체에 관련 규제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해야 하지만 노력이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인터넷으로부터 청소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기관들이 설치돼 있다"며 "우리도 극단선택을 부추기는 정보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장기적으로 기술적 조치를 통해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전문기구를 설치해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관계자는 "자살예방법 개정으로 SNS 등에서 극단선택을 모집하는 게시글을 112에 신고하면 긴급 구조할 수 있는 절차는 있다"며 "이들이 극단선택을 하기 전에 위치 정보나 신상파악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더욱 강화되면 극단 선택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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