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임대료가 2년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집세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등 주택비용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집세 하락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주택비용 하락세가 시간차를 두고 물가지수에 반영되는 데다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면서 모기지 금리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어 물가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2년만에 하락 반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이하 현지시간) 데이터제공업체 코스타그룹 자료를 인용해 8월 미 전역의 아파트 임대료 호가가 7월에 비해 0.1%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집주인이 주택 임대 시장에 아파트를 내놓으면서 희망하는 임대료로 제시하는 호가는 2020년 12월 이후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다른 조사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임대료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아파트 임대 온라인 장터인 렌트닷컴에 올라온 방 하나 짜리(원베드룸) 아파트 임대료는 같은 기간 2.8% 하락했다.
또 다른 주택중개 웹사이트인 리앨터닷컴에서도 8월 들어 임대료가 소폭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하락세, 아직은 미약
리앨터닷컴에 따르면 임대료가 소폭 내렸다고는 하지만 2020년 8월 이후 임대료 상승폭 23%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무엇보다 임대료가 다시 오르지 말란 법도 없다.
부동산업체 질로그룹의 오피 디분지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매매가가 사상최고치 수준에 육박하고, 모기지 금리가 치솟으면서 수요가 줄자 집주인들이 임대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어서 임대료가 크게 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락세는 지속될 것
그렇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집세가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집세가 하락하는 가을, 겨울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타는 9월에도 집세가 내렸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2년 동안 가을과 겨울에도 임대료 상승세가 지속됐지만 올해에는 전월비 기준으로 하락하거나 최소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급증가·수요감소
지난 2년간 주택 공급은 달리는데 반해 수요가 폭증하면서 집세 역시 동반 상승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새 아파트 건축이 늘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은 주택 수요를 줄이고 있어 부르는 게 값이던 이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세가 극적인 하락세를 보인다거나 미 인플레이션이 뚝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노동부가 집계하는 CPI의 주택비용은 임대료 하락 영향이 뒤늦게 반영되는 탓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신 내년 CPI에 지금의 집세 하락 흐름이 반영될 것이라고 리얼페이지의 제이 파슨스 이코노미스트는 예상했다.
임대료, 여전히 고공행진
미 최대 다세대주택 소유주 가운데 한 곳인 스타우드캐피털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 배리 스턴릭트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임대료 상승 속도는 전월비 기준으로 계속 하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집세, 집값 등 주택비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멈추지는 않고 있다.
코스타에 따르면 미 8월 주택 임대료는 전월비 하락했다고 하지만 1년 전보다는 여전히 7.1% 상승했다.
미 주택 가격도 8월들어 전월비로는 하락했지만 1년 전보다는 7.7%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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