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세계 방산 톱10 도전
회사 발목 노조는 협조해야
회사 발목 노조는 협조해야
주인 없는 회사의 성적표는 적나라하다. 이제껏 투입된 국민세금이 12조원을 넘는데도 부채비율이 676%다. 지난 10년간 누적 순손실은 7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도 1조7000억원이나 적자를 냈다.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장기불황이 끝나가고 선박 신규 수주가 늘어나는 호황기를 맞았지만 대우조선만 딴 세상인 것이다. 만성적자를 끊어내기 위해서라도 민영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한화의 승부수는 여러 면에서 반가운 일이다. 산업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양사의 조건부 투자합의서(MOU)에 따르면 한화는 대우조선의 2조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해 49.3% 지분을 갖는다. 쏟아부은 공적자금에 턱없이 부족한 대금이어서 헐값매각 논란도 일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발발로 포기했지만 당시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직전까지 갔다. 그때 제시했던 금액 6조원과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가격이다. 그렇지만 현대중공업 인수 불발 이후 주인을 못 찾아 파산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 문제가 판을 엎을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한화의 어깨는 대우조선 인수로 더 무거워질 것이다. 조선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대규모 고용창출로 지역을 떠받치며 기적의 한국 경제를 일궈왔다. 선진국보다 늦었지만 무서운 추격으로 결국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다. 대우조선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무책임한 경영진과 노조 횡포로 가시밭길이었으나 기술력은 세계가 알아줬다.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특수선(구축함, 잠수함) 건조능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대우조선의 저력과 역량을 되살려 다시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일이 한화의 몫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도 필수다. 이를 기반으로 한화가 한국 조선업 부흥에 큰 힘이 되길 바란다.
매번 회사 발목을 잡은 강성노조는 넘어야 할 산이다. 노조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매각 과정에 노조 참여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2년 전 현대중공업 합병이 실패로 끝난 것도 노조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노조는 심사를 하던 유럽연합(EU) 본부까지 찾아가 결사반대를 외쳤다.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제 놓치면 기회가 없다. 함께 회사를 살리겠다는 심정으로 손을 잡는 것이 최선이다.
한화는 대우조선을 발판으로 꿈꿔왔던 '한국의 록히드마틴'이 되길 기대한다. 방산 강자 한화는 대우조선의 해양방산 역량까지 얻어 육·해·공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2030년 글로벌 방산 톱10' 목표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다. LNG 등 친환경에너지 사업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결국 한화와 대우조선이 윈윈할 수 있다. 성공적인 인수를 위해 정부도 적극 뒷받침해 줘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